[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올 여름 박스오피스의 키워드는 단연 '명량'과 '비긴 어게인'으로 집약된다. 한국영화 '명량'은 개봉과 동시에 흥행 관련 국내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역대 최다관객 정상을 차지했다. 외화 '비긴 어게인'은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관객이 몰리면서 아트버스터의 흥행 신화를 쓰는 것으로 대조를 이뤘다.
그리고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든 가을 비수기 극장가, 유쾌하고 발랄한 코미디 영화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중이다.
코미디 바람은 신민아-조정석 주연 로맨틱 코미디 '나의사랑 나의신부'가 먼저 일으켰다. 지난 8일 개봉하자마자 연일 흥행 선두를 질주하는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나의사랑 나의신부'는 10일 하루 동안 12만명 가량 관객을 동원해 개봉 3일만에 누적관객 40만을 가볍게 넘어섰다.

흔히 로코로 불리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최근 수 년간 영화 제작사들 사이에 계륵같은 존재였다. 버리자니 아깝고 뜯자니 먹을게 없고. '나의사랑 나의신부'는 로코 장르의 전성시기에 태어난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이자 그 시절을 향한 오마주인 셈이다. 지난 1990년 박중훈-故최진실 주연의 전작과 비교되면서 캐스팅 발표 때부터 신민아-조정석이 당대 최고로 손꼽혔던 원작 커플의 아우라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인 바 있다.

신민아-조정석은 원작보다 더 달콤하고 발랄한 러브 스토리와 밀고 당기는 연인 또는 신혼부부 사이의 역학관계를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공감 백배 수준으로 쉽게 풀어가면서 리메이크의 한계를 넘었다. 특히 '달콤한 인생'이후로 미녀 톱스타로서 스크린과 안방, CF계를 두루 섭렵했던 신민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여신 같은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연기파 여배우로 돌아왔다.
'나의사랑 나의신부'가 연인을 중심에 세운 로맨틱 코미디라면 19일 막을 올릴 '컬러풀 웨딩즈'는 프랑스 가족 코미디다. 프랑스 영화는 피부색깔과 신분, 그리고 세대가 완전히 다른 두 남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코미디, '언터처블: 1%의 우정'(2011년)이 국내 170만 동원으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대중과 친숙해졌다.
이 영화는 네 명의 딸 중 셋을 아랍인과 유태인, 중국인에게 시집보낸 프랑스 상류층 중년 부부 클로드(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마리(챈털 로비) 부부의 이야기다. 부디 막내 딸만은 프랑스 백인 사위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었던 부부 앞에서 금지옥엽 막내 딸은 아니나 다를까, 구릿빛 연인을 선보인다.
마치 세계 각국의 젊은 외국인 남성들이 출연한 인기 예능프로 '비정상회담' 에피소드 한 토막을 소재로 삼은 느낌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글로벌 세상이라지만 각양각색 인종과 국적의 사위가 네명이나 된다면? 불과 10년전까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넌센스라고 손가락질 받았을 '컬러풀 웨딩즈'가 관객들을 웃길수 있는 건 인터넷 혁명으로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21세기 지구촌 세태 덕분일 것이다.

OSEN 김윤지 기자의 리뷰가 인상 깊다. '러닝타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하나의 가족이 되기 위한 이들의 여정은 흥미롭다. "베네통 패밀리" 등 재치 넘치는 대사들은 맛깔스럽다. 다수의 코미디 작품의 각본가로 활동한 필립 드 쇼브홍 감독 덕분이다.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 같지만, 가족과 결혼이란 보편적인 소재는 몰입도를 높인다. 개성 뚜렷한 네 자매와 사위들의 앙상블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차이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며, 사랑이 차이를 극복하게 해준다는 메시지에 주목하라'고 했다.
'컬러풀 웨딩즈'는 올해 상반기 프랑스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프랑스 역대 개봉 영화 TOP7위에 올랐다.
보통 영화 제작사들 사이에 가을은 멜로의 계절로 통했다. 2014년 가을은 눈물 대신에 한국영화 '나의사랑 나의신부'와 프랑스 '컬러풀 웨딩즈'로 이어지는 웃음 코드가 통할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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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랑 나의신부' '컬러풀 웨딩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