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만 삼키기 힘든 중국 가요 시장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0.11 11: 20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대세 그룹 엑소가 맞은 두번째 중국인 멤버 이탈 사건은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가요계 고민을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미국이 문화 차이로 인해 진출이 결코 쉽지 않은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일본이 역사 문제로 지고 있는 시장이 된 가운데, 점차 저작권이 확립되고 있는데다 문화 소비에 열성적인 중국은 국내 가요기획자라면 누구나 노리는 '기회의 땅'이었으나 그 열매를 맺기까지 출혈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한류를 개척해온 SM엔터테인먼트가 한발 앞서 중국 성공 공식을 완성해간다고 생각하고, 이 모델을 참고 중이던 다른 기획사들은 이번 엑소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닌" 상태다.

중국에서 한국 가수가 인기를 얻은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 1990년대 클론, H.O.T, 베이비복스, NRG 등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았으며 이때 '한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보아와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 시장의 가능성에 중국이 다소 밀리긴 했지만, 중국에서의 한국 가요 인기는 꾸준했다. 특히 드라마와 만나면 시너지가 상당했다. 장나라가 각종 드라마, 영화에서 큰 인기를 모았고, 가수 비가 타임지가 뽑은 영향력 높은 100인에 두번이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도 중국 팬들의 지지가 적지 않은 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K-POP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뿌리내린 것은 슈퍼주니어로 풀이된다. SM은 일찍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슈퍼주니어에 중국인 멤버 한경을 포함시켰다.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오리콘 차트를 휩쓸며 한류의 정점을 찍는듯 했을 때, 슈퍼주니어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는 중국 곳곳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슈퍼주니어-M이라는 중국 활동 유닛까지 만들어, 따로 활동 시켰는데 그 성과는 대단했다. 중국 시상식 그랜드슬램은 기본, 주요 행사의 엔딩 무대를 장식했고, 대만 차트에서는 1년 내내 1위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9년경부터 "중화권에서는 슈퍼주니어가 대세"라는 말이 국내 가요계서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룹에 중국 멤버를 포함시키는 건 탁월한 전략이었다. 자국민에 대한 긍지가 강한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세련된' 그룹에서 활약 중인 자국민은 굉장한 뿌듯함을 선사했고, 이는 그룹 전체에 대한 호감도도 끌어올렸다. 한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성화봉송의 주자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한경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비슷한 시기, 국내 기획사 연습실에는 중국인들이 꽤 많아졌다. 한류팬을 넘어, 타 문화에 배타적인 일반 중국 대중까지 사로잡기 위해서는 중국인 멤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를 회상하는 기획자들은 대체로 고개를 젓는다. 한경의 인기, K-POP의 인기에 고무돼 한국을 찾은 중국 연습생들이 국내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국내의 빡빡한 연습 일정과 특유의 헝그리 정신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문제인 국내 연습생들과 달리, 중국 연습생들의 경우 그런 절박한 환경을 견디지 못했다는 기억이다.(물론 모든 중국 연습생이 그랬던 건 아니다. 그중 일부는 가요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데에 성공했다.)
더구나 이후 한경의 행보도 뜨악스러웠다. 중국에서 인기를 확인한 2009년 한경은 곧바로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소송을 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앞서 동방신기의 세 멤버와 비슷한 사건에 엮여 불리한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한경으로선 전망이 밝았다. 성공적으로 팀을 이탈한 한경은 중국의 한 대형기획사의 품에서 다수의 광고를 찍고, 할리우드 블럭버스터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얼굴을 비추는 등 톱스타로 군림 중이다.
당시만 해도 중국 시장은 믿을만한 '끈'이 있는 기획자만이 진출할 수 있는 곳이었다. 브로커에 브로커를 거쳐야 하는 단계서 다수의 사기 아닌 사기가 발생했고, 상당한 공연과 팬미팅이 개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을 냈다.
그러나 SM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웠다. 엑소를 론칭시키면서 아예 첫발부터 엑소-K와 엑소-M으로 나눠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데뷔시킨 것. 슈퍼주니어M이 슈퍼주니어에 포함된 유닛이라면, 엑소는 K와 M이 동등하게 나뉘어 완전체를 이루는 그림이었다. 반응이 먼저 온 것도 중국 쪽이었다. 중국을 '접수'하고 한국으로 컴백한 엑소는 비교불가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더니, '으르렁'으로 국내 대중까지 사로잡아버렸다. 한국과 중국에서 정상이 되니,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한국이 프로듀싱한 노래로, 한국과 글로벌 멤버들이 무대에 서서,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는 건 SM엔터테인먼트가 오랜 기간 그려온 K-POP의 미래이기도 했다.
많은 그룹들이 중국 체류 기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슈퍼주니어와 엑소가 중국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며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은 중국에서 가수를 얼마나 직접, 자주 볼 수 있느냐를 중시한다는 게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고, 현지에서 그 인기가 쉽게 연결되지는 않는 것을 다른 몇몇 그룹이 확인하면서 현지 기획사와 MOU를 맺어 매니지먼트를 맡겨버리는 케이스도 다수 생겨났다. 국내 대형기획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중국어를 배우는 광경이 흔해졌다.
그런데 떠도 너무 뜬 게 문제였을까. 엑소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와 루한이 연이어 팀을 이탈했다. 이들이 소송을 했다고는 하지만, 가요계는 한국 기획사가 이에 적절히 맞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이 중국으로 가버리면,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가 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다른 기획사가 '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내 기획사들이 중국의 대형 기획사들과 네트워크를 가져두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씁쓸한 결론이다.(SM은 홍콩 엔터 기업 미디어 아시아그룹과 중국 내 독점 매니지먼트 에이전시 MOU를 맺었다) 지난 5월 엑소를 떠난 크리스는 연예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새 둥지를 찾진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향후 중국인들과 긴밀한 호흡을 맞춰야 하는 가요계로서는 걱정이 깊다. 더구나 루한 사태를 맞아서는 중국인 멤버들이 루한에게 응원을 보내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중국 팬들은 여전히 크리스와 루한을 지지한다는 반응도 보인다. 멤버간 의리, 그룹을 위한 희생 등에 더 큰 점수를 주는 국내 정서와는 확연히 다름을 또 한번 확인케 한다.  
국내 시장으로는 '밥 값'도 벌기 어렵다는 가요계. 어찌됐든 밖으로 나가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해외에서 통할 실력을 충분히 갖췄다. 입증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보다 더 어려운 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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