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신인’ 이승현-김준일, 녹록치 않은 프로데뷔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11 17: 52

안암골 호랑이와 신촌 독수리가 프로의 매운 맛을 톡톡히 봤다.
오리온스는 11일 오후 4시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 고양 개막전에서 서울 삼성을 79-72로 물리쳤다. 이로써 오리온스는 홈에서 삼성을 상대로 7연승을 질주했다. 감독데뷔전을 가진 이상민 삼성 감독은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나란히 1,2 순위로 뽑힌 대형신인 이승현과 김준일의 개막전 충돌로 관심을 모았다. 공교롭게 두 선수는 바로 전날 가진 농구 정기전에서 대결을 펼쳤다. 막판 이승현의 활약으로 고려대가 61-58로 역전승을 거뒀다. 김준일은 대학리그 결승전을 포함해 주요 대회마다 이승현의 고려대를 만나 매번 졌다. 김준일은 4년 연속 정기전에서 패한 뒤 프로로 왔다. 자존심이 상할 법했다.

공교롭게 바로 다음날 복수할 기회가 열렸다. 두 신인선수의 프로데뷔전이 마침 맞대결이었던 것. 이승현은 마음이 편했다. 국가대표 허일영, 2012년 1순위 장재석이 버틴 오리온스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었다. 반면 김준일 입장에서는 대학시절 당한 패배를 프로데뷔부터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터였다.
경기 전 양 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배려했다.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이 정기전을 마치고 어제 저녁에 합류했다. 아직 거의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는데 뭘 기대하겠나. 당분간 장재석의 백업선수로 뛰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감독 역시 “준일이가 어제도 40분을 뛰었다”며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먼저 코트에 선 선수는 김준일이었다. 그는 1쿼터 2분 48초를 남기고 이동준과 교대해 코트에 들어섰다. 김준일은 투입과 동시에 장재석에게 바스켓카운트를 내줬다. 프로무대 첫 플레이가 파울이었다.
곧이어 1쿼터 1분 31초를 남기고 장재석과 교대한 이승현이 투입됐다. 곧바로 김준일과 맞대결을 했다. 이승현은 스틸을 하기도 했지만 패스미스도 범했다. 아직 형들과 손발이 맞지 않았다. 이승현은 고려대 1년 선배인 박재현과 리바운드 다툼을 하기도 했다. 이어 매치업한 이동준에게 블록슛을 얻어맞았다. ‘두목 호랑이’ 이승현도 프로데뷔가 녹록치 않았다.
이승현은 2쿼터 후반 첫 득점을 올렸다. 이현민과 2 대 2 플레이에서 골밑으로 쇄도한 이승현은 가볍게 레이업슛으로 프로 첫 득점을 신고했다. 김준일도 만만치 않았다. 3쿼터 초반 속공상황에서 이시준이 놓친 공을 팁인으로 밀어 넣어 첫 득점에 성공했다. 삼성은 43-42로 역전에 성공했다.
대학무대서 이승현과 김준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프로는 달랐다. 외국선수에 이동준, 장재석 등 존재감 있는 빅맨들이 즐비했다. 두 신인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승현과 김준일은 각각 이동준, 장재석을 상대로 점프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슛은 림을 벗어났다. 자신보다 큰 선수를 상대하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
후반전 들어 이승현은 서서히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는 3쿼터 후반 처음 점프슛을 성공했다. 이어 이동준을 블록하면서 빚을 갚았다. 이승현은 이시준의 속공을 막고 결정적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이름값을 했다. 이승현은 18분을 뛰며 4점, 3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으로 활약했다. 김준일은 4점, 5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비슷한 활약을 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두 신인 선수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프로데뷔전이었다. 당장의 활약보다 많은 숙제를 받은 첫 경기였다. 이승현은 다시 한 번 승리를 가져가며 미소를 지었다. 김준일은 설욕을 다짐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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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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