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투수가 된 유네스키 마야(33, 두산 베어스)가 불필요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마야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3⅔이닝 5피안타 4실점했다. 마야가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물러난 두산은 2-15로 패해 56승 1무 66패가 되며 잔여경기와 무관하게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3년 만에 겪는 비극이다.
1회초 2사까지 잡은 마야는 박용택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병규(7번)의 우전안타 때 박건우의 무리한 3루 송구까지 나오는 바람에 2,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후속타자 이진영을 5구째에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 실점 없이 이닝을 넘겼다.

2회초에는 볼넷 2개가 있었지만 피안타는 없었다. 실점 역시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 이닝은 순조롭게 삼자범퇴로 넘겼다. 3회말 팀 공격에서 김현수의 선제 투런홈런이 나오며 마야는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나갔다.
그러나 4회초가 고비였고, 마야는 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1사에 이병규(9번)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마야는 손주인의 중전안타와 최경철의 절묘한 스퀴즈 번트에 1점을 빼앗겼다. 이때 1루수 오재일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1루는 비었고, 점수를 주면서 아웃카운트는 추가하지 못했다.
이어진 상황에서 마야는 오지환의 몸에 맞는 볼에 만루 위기를 맞이했고, 정성훈의 2타점 좌전 적시타에 3점째 허용했다. 이로써 전세는 역전됐다. 다시 만들어진 1, 3루 상황에서 LG는 박경수가 또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켰고, 이 과정에서 마야가 손가락으로 욕을 의미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을 LG 벤치에서 보면서 양 팀의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기도 했다.
마야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양상문 감독이 직접 나와 마운드 주변에 선 마야를 질책할 정도로 사태는 가볍지 않았다. 일반적인 벤치클리어링 때보다 심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두산은 경기가 재개됐을 때 마야를 빼고 좌완 함덕주를 투입했다. 이후 타선이 점수를 만회하지 못해 마야는 그대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전적은 2승 4패.
경기에서 패한 것보다 나쁜 것은 매너에서도 졌다는 점이다. 마야는 손가락으로 욕을 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보기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고, 두산 측에서도 마야가 욕을 한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대다수는 마야가 욕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이 이례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설사 욕이 아니라 해도 마야가 벤치클리어링의 원인제공자라는 것, 마야의 행동이 불필요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야는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2만 6000명의 관중들을 실망시켰다. 팀의 4강이 좌절되는 날에 이런 부적절한 행동을 일으켰다는 것이 두산으로서는 더욱 아픈 일이다.
마야의 행동은 한국야구를 무시한 처사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이번 시즌 심판에게 한국어로 욕을 뱉은 찰리 쉬렉(NC)에 이어 함께 한국에서 활동하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행동이었다. 실력과 매너가 모두 실종된 선수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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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