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이 농사를 잘 지었다. 전체 1순위로 이승현(22)만 잘 뽑은 줄 알았더니 외인농사도 풍년이다.
고양 오리온스는 11일 오후 4시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 홈 개막전에서 서울 삼성을 79-72로 물리쳤다. 이로써 오리온스는 홈에서 삼성을 상대로 7연승을 질주했다.
전체 1순위로 뽑은 이승현(4점, 3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보다 돋보이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트로이 길렌워터(28점, 6리바운드, 2블록슛)였다. 그는 1순위 외국선수 리오 라이온스를 상대로 내외곽에서 전천후로 득점을 뽑아냈다. 길렌워터는 외곽에서 골밑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28점을 올린 길렌워터는 19점의 라이온스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길렌워터는 오리온스가 2라운드 3순위로 뽑은 선수다. 하지만 순위는 숫자에 불과했다. 오리온스는 처음부터 길렌워터를 뽑을 생각이었다고. 1라운드에서 원래 리오 라이온스를 염두했지만 삼성이 먼저 뽑아가면서 찰스 가르시아로 방향을 틀었다. 203.7cm의 가르시아는 골밑수비를 염두해 선발했다. 주득점원은 2라운더 길렌워터가 될 전망이다. 이날 가르시아는 힘이 좋기로 소문난 키스 클랜턴을 8점으로 묶으며 14점을 넣었다. 외국선수 싸움에서 오리온스가 삼성을 압도했다.
경기 후 만난 길렌워터는 여타 외국선수와 다르게 차분한 성격이었다. 자신이 최다득점을 올려 한국무대 첫 승을 해냈는데 별로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데뷔전을 이겨서 기분 좋다. 하지만 아직 53경기가 남았다. 벌써 좋아하면 안될 것 같다”며 성숙한 발언을 했다.
1순위 라이온스를 의식했냐는 질문에는 “안했다. 그냥 내가 잘하는 것만 생각했다. 개인적인 승부는 생각 안했다. 우리의 조직적인 면에서 집중했다”며 정답을 이야기했다. 거침없는 플레이와 달리 인터뷰는 재미가 없는 선수였다.
원래 말수가 적고 차분한 성격이냐고 묻자 “그렇다. 말이 별로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자신의 장단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내외곽을 다 잘하는 것이 장점이다. 또 영리하게 뛴다. 앞으로 내 에너지를 활용해 팀 디펜스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추일승 감독은 내심 길렌워터의 활약에 만족한 눈치다. 추 감독은 “외곽슛이 너무 안 들어갔다. 내외곽을 다 잘하는 선수다. 점수에 비해 리바운드가 적었다. 그런 부분을 더 푸쉬해야 한다. 본인도 리바운드를 못했다고 반성하더라. 앞으로 가르시아가 아닌 길렌워터가 메인이 될 것”이라며 더욱 채찍을 가했다.
올 시즌 깜짝 활약하는 새 얼굴이 있다면 단연 길렌워터일 것이다. 그의 2라운드 돌풍을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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