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신인 이승현(22, 오리온스)에게도 프로무대란 낯설고 힘들었다.
고양 오리온스는 11일 오후 4시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 고양 개막전에서 서울 삼성을 79-72로 물리쳤다. 이승현은 18분을 뛰며 4점, 3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으로 활약하며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승현에게는 정신없는 데뷔전이었다. 바로 전날 이승현은 연세대와 농구 정기전을 뛰며 61-58로 이겼다. 대학생에게 정기전은 일년 중 가장 중요한 경기다. 승자는 달콤한 파티가 기다린다. 이승현은 4년 연속 정기전에서 김준일을 이겼다. 하지만 프로선수가 된 그는 기뻐할 틈이 없었다. 이승현은 “어제 이기고 바로 실려 왔다. 단상에서 막걸리 한 잔 원샷하고 (파티가) 끝났다”면서 아쉬워했다.

프로무대는 대학졸업도 하지 않은 애송이를 결코 봐주지 않았다. 이승현은 1쿼터 후반 투입과 동시에 패스미스를 했다. 이동준을 상대로 점프슛을 쐈다가 대차게 블록슛을 얻어맞았다. 이승현은 “아무래도 고대서는 내가 주가 되는 느낌이었다. 프로에서 용병도 있고 나보다 나은 선수 있어서 내 역할에 충실했다”고 털어놨다.
이승현은 후반전 살아났다. 특히 이시준의 속공을 막아내고, 이동준의 점프슛을 블록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추일승 감독도 “이승현이 큰 역할을 해줬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승현은 “어제는 고대였다가 오늘 오리온스로 첫 게임을 뛰었다. 개막전 프로 첫 경기라 긴장했다. 막상 뛰고 나서 적응하니까 3쿼터에 긴장이 풀렸다. 프로는 확실히 높이에서 높고, 대학보다 웨이트가 좋다. 신인이니까 죽기 살기로 궂은일도 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여기가 프로구나’라고 느끼게 된 계기는 또 있었다. 이승현은 고려대 1년 선배 박재현을 적으로 처음 만났다. 절대 봐주지 않았다. 4년 내내 라이벌이었던 김준일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이승현은 “박재현 형이 조언은 절대 안 해줬다. 와서 느껴보라고 하더라. 드래프트 날 축하한다고 한마디 하고 끝이었다”며 애교 섞인 서운함을 보였다.
이어 이틀 연속 이긴 김준일에 대해 “끝나고 나서 미안하더라.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다.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준일이한테 미안하다고 해야겠다”며 머쓱해했다. 친한 사람과도 냉정하게 대결해야 하는 곳이 프로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셈이다.
이날 28점을 쏟아낸 트로이 길렌워터는 “이승현은 우리팀에서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점점 더 발전하면 시즌 중반에 더 잘할 것이다. 내 선수다. 신인답지 않더라.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모습 보일 것”이라며 이승현을 끌어안았다. 당황한 이승현은 “나 여자친구 있어”라며 길렌워터를 밀어냈다. 신인선수 이승현은 아직 프로에서 적응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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