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함도 없이, 코미디도 없이, 미스터리도 없이, 오직 주인공들의 사랑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14일이었다.
tvN 드라마 '아홉수소년'(극본 박유미 연출 유학찬)은 지난 11일 방송을 끝으로 14일 간의 로맨스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아홉수소년'은 흔히들 말하는 아홉수를 소재로 아홉수에 빠진 '9세, 19세, 29세, 39세' 한지붕 네 남자의 될 것도 안되는 운 사나운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운수가 좋지 않다는 아홉수를 소재로 다루며 '아홉수소년'은 인생에 대한 문제를 건드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팬들이 '아홉수소년'을 사랑했던 건, 담백한 사랑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39세 커플, 구광수(오정세 분)와 주다인(유다인 분)의 10년 만의 재회에서부터 29세 커플, 강진구(김영광 분)와 마세영(경수진 분)의 달콤쌉싸르한 사랑 이야기, 19세 커플, 강민구(육성재 분)와 한수아(박초롱 분)의 통통 튀는 로맨스 등 '아홉수소년'은 줄곧 로맨스에 포커스를 맞췄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하지만 상처를 지니고 있는 구광수-주다인 커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을 다시 시작해나갔다. 10년 전 구광수의 프러포즈를 거절한 채 떠난 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이혼녀 주다인은 옛사랑 광수를 만나며 아픔을 치유했고 광수 역시 다인에게 받았던 상처를 다인으로부터 치유해나갔다.
진구에 대한 상처와 사랑을 동시에 지니고 있던 세영도 진구와의 사랑을 통해 이를 극복했고, 마냥 철부지 같았던 진구는 세영과의 진정한 사랑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여느 커플이 겪는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며 결국 결혼이라는 열매를 맺게 됐다.
민구와 동구는 사랑에 있어선 아파야 했다. 운명이라고 믿었던 수아와 교제에 성공한 민구는 수아의 실체를 목도하며 결별했고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두 사람은 훗날을 기약하며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동구 역시 장백지(이채미 분)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군더더기 없이, 오직 사랑에만 매달린 '아홉수소년'은 그간 담백한 로맨스를 기다렸던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아홉수소년'의 전작이었던 '연애 말고 결혼'은 많은 사랑을 받긴 했지만 코믹을 섞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고 tvN 월화드라마 '마이 시크릿 호텔'은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결합시킨 복합장르 드라마다. 순수한 로맨스물이 없었던 것.
때문에 '아홉수소년'을 사랑한 팬들은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 물론, 방송 첫 회 단 한 명만이 아홉수를 벗어나 제 짝을 만난다는 힌트가 주어지며 시청자들은 사랑의 결실을 맺을 단 한 쌍의 커플 찾기에 나섰지만 이는 시청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뿐,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았다.
이제 '아홉수소년'은 떠나고, 직장 생활을 다룬 드라마 '미생'이 찾아온다.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던 사랑은 잠시 휴식을 취할 전망. 그러나 덕분에 가슴 설렜던 '아홉수소년' 사랑의 여운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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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소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