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슈터’ 대 ‘컴퓨터 가드’ 20년 만에 감독대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0.12 07: 00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다. 농구코트에서 ‘오빠부대’를 양산했던 왕년의 스타들이 이제 정장을 입고 감독으로 대결한다.
서울 삼성은 12일 오후 4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서울 SK와 ‘서울 라이벌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승리가 없어 치열한 혈전이 예고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보다 감독들이 더 눈길을 끈다. 삼성을 이끄는 이상민 감독은 현역시절 ‘컴퓨터 가드’로 명성을 날렸다. 이에 맞선 문경은 SK 감독은 ‘람보 슈터’였다.
90학번 문경은 감독과 91학번 이상민 감독이 함께 뛸 때 연세대는 무적이었다. 둘은 이미 대학생시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슈터, 가드였다. 여기에 우지원, 김훈, 서장훈 같은 기라성 같은 후배들이 가세했다. 연세대는 1993-94시즌 농구대잔치 결승전에서 정재근, 김상식, 오성식 등이 버틴 형님 상무를 102-96으로 꺾고 대학팀 첫 우승을 달성했다.

명성은 프로에서도 이어졌다. 이상민 감독은 조성원, 추승균, 조니 맥도웰과 함께 1997-2000 대전 현대의 사상 첫 정규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2004년 KCC가 우승했을 때 챔프전 MVP도 이상민이었다. 그의 정규리그 통산 3583개의 어시스트는 주희정(5062개)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문경은 감독은 2001년 삼성의 창단 첫 우승 주역이었다. 그는 정규리그 통산 1669개의 3점슛 성공으로 압도적 1위에 올라있다.
연세대 졸업 후 두 스타는 상무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함께 입었다. 필리핀과의 4강전에서 이상민은 역전 버저비터 3점슛을 꽂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서 한국은 다시 필리핀을 이겼다. 이 때 필리핀 기자들은 38점을 넣은 문태종을 보고 “이상민 같은 선수가 또 나왔다”는 말을 했다. 문경은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기적 같은 3점슛으로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둘이 함께 뛸 때 한국 농구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지도자로서 행보는 선배 문경은 감독이 앞서고 있다. 문 감독은 지난 2011-12시즌 감독대행으로 처음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문 감독은 2012년 정식감독으로 부임한 뒤 2012-13시즌 SK를 일약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3년째 SK를 강호로 이끌고 있는 문 감독은 어느덧 중견감독이 됐다. 계약기간 마지막 시즌인 이번에 문 감독은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이상민 감독은 초보다. 지난 2시즌 동안 막내코치로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 감독으로 데뷔한 이상민 감독은 11일 오리온스와 데뷔전에서 72-79로 패배를 맛봤다. 비록 졌지만 삼성은 빠른 농구를 선사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의도한 빠른 농구를 했다. 졌지만 선수들에게 만족한다”고 호평했다. 승패를 떠나 초보감독의 확실한 색깔이 묻어나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이상민 감독은 허재, 문경은 감독과 마찬가지로 스타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에 도전하고 있다.
프로에서 양보란 없다. 미디어데이서 이상민 감독은 “문 감독님 각오처럼 (SK는) 성적이 계속 좋은 팀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시즌에 노력한 만큼 올 시즌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쉽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패기를 보였다.
문경은 감독은 특유의 웃음으로 받아치며 “(이상민 감독과) 경기 외적으로 친한 선후배다. 하지만 나도 감독 첫해 30점차로 져보기도 하고, 9연패나 9등도 해봤다”며 “올 시즌 여섯 번 만나는데, (이상민이) 첫 해 잘되길 바라지만 우리랑 만나면 6전 전승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한 방을 먹였다.
과연 감독이 된 ‘오빠’들의 첫 대결 승자는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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