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호투' 한화 이동걸, 기다림 끝에 찾아온 빛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10.12 06: 05

뒤늦은 가능성 발견이다. 2군 다승왕 이동걸(31)이 긴 기다림 끝에 1군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한화 우완 투수 이동걸은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로 나와 5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구원진의 난조로 데뷔 첫 승이 아쉽게 물거품 됐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5이닝 이상 던지며 9월 1군 복귀 이후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 선발 자리가 비게 됨에 따라 임시 선발로 나선 이동걸은 매회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뽐냈다. 직구 구속은 140km 안팎으로 빠르지 않았지만,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커브로 롯데 타자들을 방망이를 유인했다. 제구가 비교적 잘 이뤄지며 삼진 잡을 때는 삼진 잡고, 맞혀 잡을 때는 잡혀 잡혔다.

이동걸은 2군 퓨처스 시즌이 마감된 후였던 지난달 12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이후 5경기에서 14이닝 동안 한 점밖에 주지 않는 짠물 투구로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 중이다. 9월 이후 순위가 어느 정도 가려진 뒤 성적이지만 세부 기록들도 좋은 편이라 주목해 볼 만하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2할1푼3리에 불과하며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0.93밖에 되지 않는다. 볼넷 3개를 주는 동안 탈삼진 11개로 삼진/볼넷 비율도 좋다. 주로 추격조로 등판한 결과인 것을 감안해도 인상적. 11일 롯데전 선발 5이닝 1실점은 최근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휘문고·동국대를 나온 이동걸은 삼성을 거쳐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부름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삼성에서도 2군에서 성적은 좋았으나 두꺼운 삼성 투수층을 뚫기가 어려워 1군에서 거의 못 던졌다. 한화 이적 후 구원 모두 가능한 스타일로 주목받았지만 데뷔 첫 선발등판이었던 지난 4월4일 문학 SK전 2⅓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2탈삼진 7실점 패전 이후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2군 퓨처스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1군에서의 기회를 기다려왔다. 올해 2군 19경기에 나와 110⅓이닝을 소화하며 10승무패 평균자책점 4.00 탈삼진 90개로 활약했다. 퓨처스 남부리그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2위, 탈삼진 1위. 그러나 1군에서 기회가 적었다. 5월 중순 한 때 2주 동안 엔트리에 있어도 등판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동걸은 좌절하지 않았다. 2군 시즌 마감 후에도 서산훈련장에서 꾸준히 훈련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고 준비했다. 이정훈 한화 2군 감독도 "올해 2군 투수 중 이동걸이 가장 좋았다. 이전에는 힘으로만 투구했다면 변화구를 통해 강약조절을 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며 그를 1군에 추천했다. 늦었지만 9월 이후 가능성을 펼쳐보이고 있다.
긴 기다림 끝에 1군의 빛을 보기 시작한 이동걸. 그의 내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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