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버나드 곰'을 아시나요?[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4.10.13 09: 31

조용하게 울리는 가수 버나드 박의 목소리는 가을과 꽤 잘 어울렸다. 포근하기도 하고, 낮고 굵게 퍼지는 음성이 어쩐지 감성을 자극하듯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앞서 공개됐던 티저 속 '버나드 곰'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졌다. 느긋하고 포근한 그 음성이, 순수한 이미지가, 그의 음악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버나드 박은 아직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편했다. 서툰 한국말로 느릿느릿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인터뷰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하나하나 질문에 답하는 모습에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함이 비친 듯도 했다.
13일 데뷔앨범 '난...' 발표를 앞두고 최근 OSEN과 만난 버나드 박은 몇 개월 전 SBS 오디션프로그램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이하 K팝스타3)에서 봤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여유가 느껴지고, 말도 조금 느긋하게, 반응도 조금 잔잔하게 하는 모습이 딱 그대로였다. 데뷔앨범 프로모션을 위해 제작된 리릭툰 '버나드 곰'이 버나드 박의 성격을 그대로 옮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나드 박은 앨범 발표에 앞서 지난 6일 선공개곡 '난'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가수 박진영이 지난 1997년 발표했던 3집 수록곡인 '난'은 버나드 박의 목소리에 맞게 어쿠스틱한 분위기로 재탄생됐다. 발표 후 음원차트 1위에도 오르며 성공적으로 데뷔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걱정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 덕분에 앨범이 나올 수 있었어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이번 '난' 앨범을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미국에 있었을 때 가수가 될 수 있을지, 될 수 없을지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데 한국에 와서 가수를 하는 것 자체가 감사하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버나드 박의 데뷔는 'K팝스타3'가 끝난 직후부터 주목받았다. 시즌3의 우승자였고, 앞서 데뷔한 시즌1 우승자 박지민과 준우승자 이하이, 시즌2 우승팀 악동뮤지션 등이 모두 좋은 성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자라는 타이틀로 인한 부담감도 있었을 터.
"부담도 되긴 했죠. 1등을 했으니까 기대감이 높잖아요. 그걸 떠나서 가수로서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K팝스타3' 우승자라는 것은 생각 안 해요."
부담감을 스스로 털어낼 줄 아는 버나드 박. 특히 그는 같은 소속사 선배이자 'K팝스타1' 우승자인 박지민에게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했다. 동료로서 조언보다는 '믿는다'는 말을 해주며 위로와 응원을 보내줬다고.
"제가 '이번 앨범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응원과 위로를 많이 해줬죠. 'K팝스타3'에서도 가요를 부르면 반응이 안 좋을 때가 있었어요. 내가 노래를 제대로 못 살릴까봐 그런 고민을 많이 했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데뷔 앨범은 무엇보다 버나드 박의 이미지를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그의 외면에서 풍기는 이미지나 'K팝스타3'에서 들려준 음악의 분위기, 박진영도 프로듀서로서 버나드 박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는 콘셉트로 앨범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박진영 피디님과 이야기했을 때 콘셉트는 그대로 나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잔잔한 발라드와 순수한 이미지를 살리는 거죠.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노래를 부를 때 약간 심플하게 부르는 스타일이라 그 점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가사에 집중해서 부르는 편이거든요. 애드리브나 멜로디 라인은 어렵게 하지 않아요. 노래를 너무 잘하려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면 더 안 돼요. 마음을 비우고 노래에 빠진 상태에서 노래를 불러야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앨범 발매까지 진행된 여러 가지 프로모션에서 이번에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버나드 곰'. '버나드 곰'으로 이름 붙여진 이 티저 속 캐릭터는 어쩐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버나드 박을 연상시켰다. 버나드 박의 목소리가 들릴 것 같고, 눈웃음이 닮았다. 느긋하고 여유롭고, '천천히'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버나드 박처럼, '버나드 곰'을 보면 단 번에 그가 떠올랐다.
"닮은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 눈이 정말 똑같더라고요. 저도 곰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죠(웃음)."
워낙 모든 것에 긍정적으로 보이는 버나드 박이지만 데뷔 앨범을 준비하면서 고충도 상당했다. 일단 오디션 당시에도 지적됐던 발음 문제가 제일 큰 난관이었다. 또 아직 한국말보다 영어가 익숙했기에 노래 가사를 이해하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에도 특히 신경 써야 했다.
"가사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노래 실력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나 느낌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어로 번역해서 이해하려고 하기도 하고, 한국어 선생님에게도 물어봤죠. 'K팝스타3' 때는 일주일 동안 배워서 무대에 섰지만, 이번에는 연습할 시간이 많으니까 잘 나온 것 같아요."
"사실 'K팝스타3' 때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몰랐어요. 팝을 불렀을 때는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한국 노래만 부르면 확 떨어졌으니까. 노래를 잘 할 수 있는데 언어 때문에 소화 못 시키니까 아쉬웠어요. 한국에서 가수를 해야 하는지도 고민이 됐죠."
여러 고민을 거치고, 음악의 기본부터 배우면서 차근차근 만든 데뷔 앨범. 버나드 박의 이미지와 생각을 고스란히 녹여낸 만큼 그와 잘 어울렸다. 특히 조규찬이 작업한 타이틀곡 '비포 더 레인(Before the Rain)'은 버나드 박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작업한 여백과 쉼이 있는 곡이다. 버나드 박의 성격과 가치관을 그대로 살린 음악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팝스타3'을 할 때 가요에 대한 말이 많았으니까, 이번 앨범에 있는 노래는 감정을 잘 살렸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인기보다는 지금 팬들이 좋아하면 그거에 만족하는 것 같아요."
'K팝스타3'보다 한 발짝 더 성장하고, 또 데뷔 앨범을 계기로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줄 버나드 박. "평생 가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순수함과 여유로움을 담은 그의 음악이 이 쌀쌀한 가을날 음악 팬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길 기대해본다.
"한국에는 재즈 가수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재즈를 굉장히 좋아해서 언젠가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가수가 됐으니까 앞으로 오랫동안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죠. 평생 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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