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나빠도 무실점, 니퍼트가 사는 법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0.12 17: 22

정상 컨디션일 때와 비교해 최고 구속이 5km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더스틴 니퍼트(33, 두산 베어스)는 마운드 위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투수였다.
니퍼트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의 6-1 승리 속에 니퍼트는 시즌 14승(7패)을 달성했다.
1회초와 2회초 득점권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은 니퍼트는 3회초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선두 정성훈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니퍼트는 1사에 박용택도 중전안타로 내보내 1, 2루 위기에 몰렸으나, 이병규(7번)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고비를 넘길 힘을 얻었다. 후속타자 이진영의 타구는 워닝트랙 부근까지 갔지만 우익수 민병헌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에도 패턴은 비슷했다. 매 이닝 최소 1명씩은 출루시켰다. 그러나 실점은 단 한 점도 발생하지 않았다. 6회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주자를 내보냈고, 4회와 6회를 제외하면 늘 득점권 위기에 몰렸지만 점수를 주기 전에 아웃카운트 3개를 채워냈다. 결과는 6이닝 무실점 호투였다.
이날 니퍼트의 컨디션은 썩 좋아보이지만은 않았다. 정상적일 때 150km를 웃돌던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도 최고 147km에 그쳤다. 그러나 니퍼트는 타자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번 시즌 구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은 변화구 비중을 늘리는 경향을 보인 니퍼트는 이날 역시 체인지업과 빠른공의 구속차를 적극 활용했다.
니퍼트가 던진 103개의 공 가운데 체인지업이 총 32개였고, 슬라이더도 16개나 있었다. 강속구와 변화구 비율은 1:1에 가까웠다. 그러면서도 LG 타선을 상대로 잡은 삼진 2개는 모두 빠른 공을 몸쪽으로 꽂아 넣어 만든 루킹삼진이었다. 평소보다 위력적이지는 않았지만 타자가 예상하지 못한 공을 던진 것이 효과를 봤다.
볼-스트라이크 비율이 43-60으로 늘 보이던 공격적인 성향을 마음껏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이는 경기 초반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다소 좁은 탓도 있었다. 3회부터는 적극적으로 나선 LG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조금씩 애를 먹기도 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실점은 하지 않았다.
넓은 잠실구장 덕도 봤다. 3회초와 5회초에는 우측 담장 가까이 붙는 타구가 한 번씩 나왔지만, 모두 범타에 그치고 말았다. 큼지막한 플라이였으나 둘 다 이닝을 끝내는 아웃카운트가 됐기 때문에 이로 인한 주자의 진루도 있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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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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