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오빠들이 코트로 돌아왔다. 정장을 입고 감독석에 섰지만 불타는 승부욕은 현역 시절과 똑같았다.
서울 SK는 12일 오후 4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 삼성 홈개막전에서 홈팀 서울 삼성을 93-78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SK는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반면 삼성은 2연패의 늪에 빠졌다.
선수들보다 감독들이 더 주목받은 경기였다. 1990년대 연세대를 최강으로 이끌며 ‘농구열풍’을 주도했던 ‘람보 슈터’ 문경은 SK 감독과 ‘컴퓨터 가드’ 이상민 삼성 감독이 처음 맞붙은 자리였다. 일요일을 맞아 추억에 젖은 농구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았다.

경기 전 입씨름부터 문경은 감독이 한 수 이기고 시작했다. 문 감독은 “이상민 감독을 상대로 6전 전승을 하겠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민 감독은 “경기 전 문 감독을 만났다. 본인도 첫 경기에서 졌다면서 얼른 첫 승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90년대 두 오빠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연세대 농구부가 당대 최고의 톱스타 서태지와 아이들보다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연세대 숙소에서 항시 기다리는 ‘사생팬’들이 많아 9시 뉴스에 사회문제로 보도될 정도였다. 90년대 농구열풍은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농구인기는 많이 죽었다. 서울 삼성을 소개할 때 아직도 이상민 감독이 가장 큰 환호를 듣고 있다. 이 감독은 “벌써 감독이 됐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농구인기가 죽어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두 감독은 친한 선후배가 아닌 냉철한 프로감독으로 돌아갔다. SK가 앞서가면 이상민 감독이 호통을 쳤다. 삼성의 플레이가 잘 풀리자 문경은 감독이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치열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결국 마지막에 웃은 승자는 문경은 감독이었다. 문 감독은 연세대 후배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이상민 감독은 첫 승 기회를 15일 KGC전으로 다시 미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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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실내체=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