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선택’ 범죄자가 되더라도 아들은 아들이었고, 어머니는 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비극의 모자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뼈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12일 오후 방송된 SBS 드라마 ‘엄마의 선택’에는 성폭행을 저지른 아들 오진욱(지은성 분)과 그의 어머니 진소영(오현경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진욱은 남 부러울 것 없는 명문 외국어 고등학교 우등생. 앞길은 탄탄대로였고, 가족도 화목했다. 하지만 그는 친구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함께 있던 여학생 서현아(화영 분)에게 성폭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는 친구 김경준(조윤우 분)에게 죄를 모두 떠넘기고 거짓말로 사건을 모면하려 했지만 결국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자 자신의 죄를 인정해야만 했다.

이 모든 사실은 소영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소영은 사건 당일 우연히 길에서 현아를 만났다. 그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감지한 소영은 현아에게 빠르게 검사를 받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조언했다. 가해자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결국 소송이 시작됐다. 소영은 아들을 감싸고 싶은 모성애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리고 소영은 바로 정의를 선택했다. 그는 아들에게 “변명도 하지 말고 그냥 인정해라. 잘못한 게 3이면 3만큼 벌을 받고, 10이면 10만큼 벌 받자”고 그를 설득했다.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니 도저히 아들이 거짓말로 상황을 넘어가서는 안됐다. 하지만 어머니의 단 칼 같은 반응에 진욱은 자살소동을 일으켰고, 소영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아들을 지켜야만 하게 된 소영의 입장에서 다음 할 수 있었던 것은 현아 측에게서 합의서를 받아 오는 것이었다. 소영은 현아의 어머니를 찾아가 낮이고, 밤이고 부탁했다. 결국 돈이 급했던 현아의 어머니는 순간 혹해 합의서에 지장을 찍어줬다. 성폭행이 아닌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내용이었다.
재판이 시작됐다. 진욱은 친구 경준과 함께 맞춰왔던 대로 거짓말을 했다. 사건 직후 현아와 함께 병원에 갔던 소영도 증인석에 올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의를 외치던 소영은 자연스럽게 위증을 했다. 그는 당시 피해자에 대해 “별로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어쨌든 내 실수로 넘어졌기 때문에 병원으로 데려갔다”며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했다.
결과는 진욱의 무죄 판결. 경준은 징역 6개월을 받았지만, 합의서를 받아 낸 진욱은 무죄라는 결과가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현아의 어머니는 다시 재판을 원한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채 자살을 했다. 소영의 위증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결국 다시 원점.
소영은 아들에게 “봤냐. 세상에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진욱은 눈물로 사과했다. 소영은 “엄마가 선택한 거니까 엄마가 책임 져야 한다. 너도 어차피 이렇게 될 것, 길을 좀 돌아왔다고 생각해라”라며 벌을 달게 받을 것을 얘기했다. 죄가 죄를 불렀고, 아들 따라 소영 마저 죄인이 됐지만, 모자는 겨우 바른 길로 돌아왔다.
법정에서 검사가 소영에게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거짓말을 하겠냐”고 질문하자 소영은 “검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냐”고 물었다. 그는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식 때문에 다른 집 자식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 그에 대한 벌은 꼭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안에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또 다시 첫 재판 날로 돌아가서 거짓말을 하겠다는 그의 모성애가 담겨 있었다.
소영은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아들을 위해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 어머니의 선택이었다.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던 2부작 드라마 ‘엄마의 선택’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sara326@osen.co.kr
‘엄마의 선택’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