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엄마의선택’이 남긴 묵직한 메시지와 긴 여운
OSEN 김사라 기자
발행 2014.10.13 07: 05

‘엄마의 선택’이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2부작인 짧은 드라마에는 모성애와 정의, 이성과 본능의 갈등, 유전무죄 무전유죄, 권선징악 등 여러 테마가 담겨 있었다. 가장 큰 주제는 모성애.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이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겼다.
지난 12일 오후에는 SBS 2부작 단막극 ‘엄마의 선택’이 1, 2회 연속 방송됐다. ‘엄마의 선택’은 성폭행이라는 큰 죄를 지은 아들과 그를 감싸려는 엄마의 가슴 뭉클한 모성애를 그린 드라마. 오현경이 어머니인 진소영 역을, 지은성이 아들 오진욱 역을 맡았다.
어려서부터 공부도 잘 하고 부모 말도 잘 들었던 진욱은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큰 죄를 짓게 됐다. 친구 김경준(조윤우 분)의 집에 놀러 가서 술을 마시고, 의식이 없던 여학생 서현아(화영 분)를 강간한 것. 미국의 명문 대학교로 진학해 탄탄대로의 삶을 앞두고 있던 진욱은 순식간에 범죄자로 타락했다.

소영은 매우 진취적이면서도 정의로운 여성이었다. 방송사 아나운서였던 그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과 우등생 아들을 둔 남 부럽지 않은 어머니이기도 했다. 진욱의 성폭행 사건 당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우연히 현아와 마주친 소영은 그가 성폭행을 당한 것을 감지, 증거 보존을 위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며 그를 설득했다. 가족들에게 이 얘기를 하며, 성폭행 가해자에 대해 “얼마나 나쁜 놈이면 아이를 그 지경으로 만들까.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자신의 아들이 한 짓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곧 진실은 드러났다. 소영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오열하며 진욱에게 “변명도 하지 말고 그냥 인정해라”라며 죗값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지금껏 공부만 살아온 진욱에게 징역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형벌. 진욱은 자살소동까지 벌였고, 소영은 더 이상 진욱을 몰아세울 수 없었다.
결국 아들을 살리자고 결정한 소영은 돌변했다. 현아의 어머니에게 돈을 주고 합의서를 받아냈고, 법정에서 증인석에 올라 위증까지 했다. 소중한 아들이 무죄로 풀려날 수만 있다면 함께 죄인이 되자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이성과 맞서 눈물을 쏟으면서도 아들을 위해 피해자 여학생을 외면하는 그의 모습은 강한 어머니, 혹은 양심을 져버리면서도 아들을 택하는 한 없이 나약한 어머니였다.
하지만 악은 반드시 벌을 받았다. 첫 재판에서 진욱이 무죄 판결로 풀려나자 현아의 어머니는 법원에 탄원서를 낸 채 자살을 해버렸고, 소영의 위증 증거 자료까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소영은 “세상에 그냥 넘어가는 일은 없다”며 자신과 아들의 죄를 인정했고, 또 “엄마가 선택한 거니까 엄마가 책임 져야지”라며 자신의 죄는 아들 탓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부모의 여러 면모를 그려냈다. 진욱의 어머니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다가도 결국 아들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고, 아버지(전노민 분)는 아들을 감싸기 위해 사건 전부를 거짓으로 위장하려 했다. 경준의 어머니는 아들이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자 물귀신처럼 진욱과 소영의 죄를 밝혀냈고, 현아의 어머니는 딸의 진실을 위해 자살까지 했다.
마지막 재판 신에서 소영은 검사에게 “검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내 자식 때문에 다른 집 자식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며 자신의 죄를 인정했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자신의 진심을 내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죄를 진 자식도 사랑하고 감싸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미성년들의 성폭행이라는 과감한 주제의 드라마. ‘엄마의 탄생’은 단지 사건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어머니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봄으로써 색다른 공감을 이끌어냈다. ‘내 자식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과 여운을 남긴 묵직한 단막극이었다.
sara326@osen.co.kr
‘엄마의 선택’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