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26, 두산 베어스)은 9개 구단 최고의 깊이를 자랑하는 두산 야수진 안에서도 지난 수년간 최고의 타자 유망주 중 하나로 꼽혔다. 상무 시절이던 2010년에는 퓨처스리그에서 100경기에 나서 타율 3할8푼2리, 24홈런 97타점 15도루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이 해에는 퓨처스 북부리그 타점과 도루 부문을 제외한 6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1군은 아니었지만, 최주환은 파워와 정확성을 모두 갖춘 타자라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증명했다. 전역 후에도 타격에서만큼은 1군 수준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지금도 타격 능력은 의심받지 않지만, 탄탄한 두산의 야수층 때문에 한 포지션을 확실히 차지하지 못한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었다.
하지만 그런 최주환도 이번 시즌 후반기에는 비교적 많이 출전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두산의 3루는 확실한 주인이 없는 상태다. 다음 시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꿔 말하면 최주환에게는 지금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주환은 머리까지 짧게 바꿨다. 그리고 마음을 비운 채 임하자 다시 공이 방망이에 맞아 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LG와의 잠실 2연전에서는 9타수 6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12일 경기 직후 최주환은 “최근 타격감이 안 좋아서 어제(11일)부터 마음을 비우고 했다. 공격에 자신 있다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고, 팀 성적도 떨어져서 스트레스가 컸다“고 털어놓았다.
팀 성적이 나빴던 것이 스트레스의 주 원인이었다. 최주환은 “3안타를 치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팀 성적이 안 좋아 아쉬움이 있다. 많이 웃어야 하는데 반성하게 된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캠프 때 노력한 것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 다음 시즌에는 3루 수비 연습도 중점적으로 해서 팀에 더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침묵했던 최주환이 이틀 연속 3안타로 살아날 수 있었던 데는 라이벌의식도 한 몫을 했다. 잠실 라이벌인 LG를 만나 최주환의 방망이는 시원스럽게 돌아갔다. LG전 성적(12일 경기 이전 상대 타율 .333, 이후 .371)이 좋은 것을 알고 있냐고 묻자 “괜찮았던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최주환은 “어릴 때부터 라이벌이 항상 있었다”고 전했다. 라이벌은 승부욕을 자극하는 존재였다. “고등학교(광주동성고) 때는 광주일고를 이겨야 전국대회도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꼭 이겨야 했다. 상무에서는 경찰청과의 대결이 중요했다. 늘 라이벌전에서는 더 집중해서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는 것이 최주환의 설명.
앞으로는 포지션을 놓고 동료들과 다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다음 시즌에는 어느 때보다 붙박이로 출전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내야의 여러 포지션을 돌았지만, 이제는 익혀야 할 수비 포지션이 조금 더 명확해졌다. 2015년에는 공수 양면에서 괄목할 발전을 보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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