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올해도 9위로 마감했다. 2년 연속 9위에 최근 3년 전부 최하위 굴욕을 당했다. 프로야구 단일리그제가 시작된 1989년 이후 특정팀이 3년 연속 최하위를 한 것은 2001~2004년 롯데에 이어 한화가 두 번째. 2009년부터 최근 6년 사이 5번 최하위이니 참으로 길고 긴 암흑기다.
한화의 올 시즌 최하위 추락은 여러모로 충격이 크다. 지난 겨울 FA 시장에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70억원) 이용규(67억원)를 거액에 들여 영입했고, 외국인선수도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펠릭스 피에와 앤드류 앨버스를 영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순위가 제자리걸음하고 있으니 투자 대비 효율로 치면 낙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한화의 암흑기는 구단의 미비한 투자와 하드웨어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한화는 신인선수 지명에 가장 소극적인 팀이었고, 마땅한 전용 훈련장도 없는 팀이었다. 하지만 2011년 경영진 전면 교체 이후로 이제는 신인지명은 물론 신고선수 영입에도 적극적이고, 숙원이었던 최신식 전용훈련장도 서산에 번듯하게 건립하며 재건의 기틀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한 번 무너진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에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제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만큼 하드웨어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이 중요해졌다.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자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관리자' 그리고 팀을 하나로 뭉치고 화합시킬 수 있는 '리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올 시즌 많은 전문가들은 한화가 4강에 갈 전력은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이렇게 9위로 떨어질 정도로 형편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야구 전문가는 "코칭스태프의 용병술에 아쉬움이 있다. 시즌 초반 부상 선수들을 급하게 기용한 것이나 투수진 운용에서 무리수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한화는 시즌 내내 한 번도 베스트 전력을 꾸릴 수 없었다.
이제 한화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김응룡 감독의 2년 계약이 만료된다. 2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구단의 내부안과 달리 그룹쪽에서 김응룡 감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단은 그룹의 선택에 맞춰야 하지만 구단이 면밀히 검토한 결정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2년의 한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한화는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구단 안팎의 이야기에 따르면 외부 영입과 내부 승격은 물론 유임의 가능성까지 모두 열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택의 시간, 기나긴 암흑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한화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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