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리' 민소희된 이유리, 막장 작가의 시그니처인가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10.13 10: 07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시청자들을 '갖고 논다'. 막장이라 비난했던 시청자들을 한층 더 기암케 한 후 막을 내린다. 이른바 작가의 시그니처(signature)다. 
12일 마지막회가 방송된 MBC '왔다! 장보리'에는 문지상(성혁 분)의 과수원에 체험학습을 온 유치원 선생님 '민소희'가 등장했다. 아이들을 이끌고 유치원에 온 이 민소희 선생님은 다름 아닌 연민정. 이유리는 1인 2역으로 민소희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을 찍고 등장한 것.
민소희는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의 대표작인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주인공 장서희가 맡았던 주인공의 이름이다.

이날 방송에서 연민정과 민소희로 1인 2역을 소화한 이유리는 '아내의 유혹'을 연상시키듯 민소희로 분하며 눈 밑에 점을 찍고 등장했고, 이런 민소희를 향해 지상(성혁 분)은 "민소희 선생님이다. 인사해라"라고 말했다. 이를 본 딸 비단(김지영 분)은 "오메. 어쩜 이렇게 닮았는가"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비단이에게 건네는 민소희의 상큼한 미소.
반전이라면 반전이고, 극 중 연민정의 친모로 열연한 배우 황영희가 이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 OSEN에 전한 "상상 초월의 배꼽 잡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기대하실만 하다. 빵 터지는 장면이 있다"는 말의 실체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은 문지상이 갑자기 농부라는 것도 웃긴데, 연민정이 민소희로 돌아온 것은 기가막히다는 반응이다. 반면 작가 입장에서는 단순히 웃고 즐기며 욕하고 봤던 드라마에 '누가 썼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작가의 사인이자 '각인'이다.
물론 이는 '아내의 유혹'과 '왔다 장보리'가 시청률 면에서 초히트작이 됐기에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어쨌던 김순옥 작가가 일부에서 쏘아붙이는 '막장 작가'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힘들어했다면, 이런 일종의 유희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이 작품에 자신의 시그니처를 넣는 작가는 비단 김순옥 뿐만은 아니다. 이른마 '막장계의 대모'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도 마찬가지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데자뷰를 보는 것처럼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임성한 작가가 즐기는 코드들이 반복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기대와 우려 속에 첫 방송된 MBC 새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는 전작 '오로라 공주'의 향기가 배어나왔다. '오로라 공주'에서 큰 화두가 됐던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는 대사가 '암세포 같은 것들'이라는 대사로 변형 돼 등장했다. 이 대사의 부정적인 파장을 알았던 작가에게서 남다른 패기가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오로라공주'에서 동성애자에서 갑자기 이성애자로 급 변신한 나타샤로 나왔던 배우 송원근이 자신의 모친에게 "게이도 세 종류가 있다"며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목은 임성한 작가의 '내가 썼어'를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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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압구정 백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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