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 휴대폰의 국내 무상 A/S 보증기간을 해외와 다르게 설정한 것을 두고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에 따른 후폭풍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문화에서 ‘역차별’ 논란은 사실 그리 먼 단어는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현대자동차가 ‘역차별’의 파고를 매섭게 맞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7위(인터브랜드 선정 2014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기준)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번 보증기간 역차별 논란을 계기로 현대자동차 ‘100만 안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전화 단말기의 품질보증기간이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서는 2년인 반면 국내서는 1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고, 비난 여론이 일자 삼성전자 측은 “소비자기본법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보증기간을 1년으로 둔 것이며 영국·뉴질랜드·호주·터키 등을 제외한 주요국 대부분은 우리나라처럼 보증기간이 1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내 ‘보증기간 2년’ 마케팅 전략을 꼬집으며 법규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실제로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경쟁사인 애플과 달리 제품보증기간이 ‘2년’이라는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아이디 coolxxxx의 한 누리꾼은 “삼성은 그 동안 A/S가 좋다는 인식이 있어서 어른들이나 젊은 사람들도 많이 썼는데 이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놨으며 jumixxxx는 미국에서의 ‘보증기간 2년’ 마케팅에 대해 “법이 문제가 아니고 삼성이 알아서 ‘2년’으로 한 것”이라며 국내서의 ‘보증기간 1년’은 엄연한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삼성전자 보증기간 역차별 논란이 국내 소비자들의 현대차 역차별 트라우마를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디 allfxxxx는 “삼성이 현대자동차의 전철을 밟고 있군”이라며 곧바로 현대차의 경우를 언급했고, zicoxxxx와 seonxxxx는 현대차의 미국 내 보증기간 또한 국내와 차이가 난다는 점을 상기시켜줬다.
삼성전자를 향한 안티 여론 형성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 하락 추이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자 70%대로 하락하더니 지난 9월에는 67.3%까지 떨어졌다. 올해 ‘LF 쏘나타’와 신형 ‘제네시스’ 등 굵직한 신차가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와 충격파가 더 크다.
현대차가 역차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주된 원인은 제품 결함을 해결하거나 보증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보인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실례로 지난해부터 현대차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싼타페 누수’와 관련해 미국 시장에서는 ‘신차 교환’ 카드를 꺼냈지만 국내서는 ‘무상수리’에 그쳤다.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같은 모델인데도 다른 판매가를 매기고 있다거나, 제품 결함을 어필하면 늑장 대응한다며 여전히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단통법’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국내 소비자보다는 기업의 이익만 챙긴다”며 미운털을 싹 틔우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 하부고시에서 분리공시제가 무산돼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으며 분리공시제가 무산된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통 3사와 LG전자도 찬성하고 나선 분리공시제를 삼성전자가 영업비밀 노출을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
여기서 분리공시제란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것을 말하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소비자가 보조금 출처 파악과 이를 통한 보조금 경쟁 완화를 위해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분리공시제가 무산 되면서 단통법은 소비자 부담만 늘어나는 괴상한 제도가 됐다.
단말기 보증금 차별과 단통법 시행 등으로 국내 통신 시장에 학을 뗀 소비자들은 중국 등 해외 제조사들의 중저가 제품 직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역차별 논란은 향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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