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와 함께한 ‘고양 원더스’, 그들은 훌륭한 ‘가교’였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4.10.13 11: 17

지난 11일 토요일 오전 9시,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홈구장인 고양스포츠타운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는 형형색색의 야구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어야 말 그대로 ‘유니폼’이지만 그들 사이엔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국민생활체육 전국야구연합회 등록 팀만 6800여 개, 17만 동호인(2014년 상반기 기준)을 자랑한다는 사회인야구팀 소속 선수들이었다. 고양 원더스 홈구장을 찾은 야구 동호인들은 100여 명. 참가 예정 인원 106명은 사전 신청과 추첨을 거쳐 선발 된 ‘행운의 선수’들이었다.
이들을 고양스포츠타운으로 불러들인 행사의 타이틀은 ‘The Brilliant Baseball Classic 2014 김성근 감독과 함께 하는 사회인 야구 클리닉’이었다.

‘The Brilliant Baseball Classic 2014(이하 BBC)’는 현대자동차가 주관하는 사회인 야구 대회다. 이날 행사는 현대자동차 사회인야구 대회가 마련한 일종의 특별 이벤트였고 고양 원더스 코칭스태프가 행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연 ‘야구 클리닉’이었다. 야구를 사랑하는 대학생부터 50대를 바라보는 중년선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했다. 전국 각지에서 오다보니 어떤 이는 전날 올라와 행사장 근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묵기도 했다.
행사의 열기는 뜨거웠다. 몸풀기인 트레이닝을 시작으로 투수-포수-야수-타격으로 조를 나눠 클리닉이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에서도 프로야구 선수들이 봄 전지훈련을 받는 기분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오후에는 A-B팀으로 나눠 실전 연습경기도 열었다.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강성인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 김광수 정진호 박상렬 박철우 이상훈 이시미네 코치 등이 참가해 선수들과 함께 땀방울을 쏟았다. 오후 연습 경기 후에는 투수 MVP, 타자 MVP도 뽑아 시상했고 열심히 클리닉을 소화한 참가자에게는 열정상을 주기도 했다.
클리닉에 참가한 변용희 씨(69년생)는 “동호회에서는 경기를 위주로 하다 보니 아쉬운 점들이 많았는데 현대자동차가 이런 기회를 마련해줘 고마웠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로야구 코치들에게서 야구를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고 감격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 중 최연장자였던 변 씨는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와 클리닉이 끝나자마자 바로 차로 내려가는 장거리 여행자였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서울 송파에서 온 또 다른 참가자 조희대 씨(80년생)는 “올해 BBC 대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클리닉에는 꼭 참가하고 싶어서 신청서를 냈다. 쟁쟁한 코치님들이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 슬쩍 얼굴만 내밀고 마는 건 아닌지 반신반의했는데 성심성의껏 클리닉을 해줘 정말 고마웠다. 내년에는 대회에도 꼭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행사 참가자들의 말에서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에게 그 동안 절실했던 게 무엇인지 드러난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이 없었다는 게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을 괴롭히는 당장의 어려움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코칭 시스템도 절실했던 그들이었다.
이날 행사를 총괄한 이노션의 박원영 차장은 “작년 현대자동차 야구대회(BBC)를 끝내고 나서 설문조사를 했다. 대회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원했던 게 바로 클리닉이었다. 그 여론을 바탕으로 오늘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여기서 왜 ‘고양 원더스’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프로야구단과 행사 제휴를 할 수도 있었지만 BBC는 고양 원더스를 찾았다. 원더스의 엄홍 본부장은 “클리닉 제안이 들어왔을 때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원더스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엄 본부장의 말처럼 원더스의 존재 이유는 ‘가교’였다. 프로야구와 학원야구를 잇는 ‘가교’, 프로야구와 사회인야구를 잇는 ‘가교’의 구실을 고양 원더스가 한다는 얘기다. 비록 구단은 해체 결정이 났지만 11월까지는 흔들림 없이 원더스의 존재 이유를 살피고 가겠다 게 원더스 구성원들의 방침이다.
사회인야구 동호인들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이들도 없다. 그러나 그들에게 프로야구는 너무 멀리 있다. 프로야구단에서도 종종 ‘클리닉’ 같은 이벤트가 열리기는 하지만 정규-포스트 시즌이 끝나야 가능한 일이다.
사회인야구 동호인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야구의 토양이 튼실해지는 일이다. 야구를 풀뿌리부터 살찌우는 소중한 일을 고양 원더스, 그들이 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프로야구에 진출할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들에게 독립리그를 열어 프로 진출의 새로운 기회를 준 것도 고양 원더스였다.
야구 클리닉에 기꺼이 참여한 김성근 감독은 참가자들에게 “승부의 순간, 자신의 느낌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 오늘 클리닉의 핵심이 될 ‘느낌’을 얻고 돌아가라”고 부탁했다. 행사 참가자들이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이 말한 ‘승부의 순간’은 비단 경기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비유하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요사이 각급 기업 강연에서 앞다퉈 찾는 인기 강사다. 김 감독의 리더십 철학 중에 기업의 임원들이 새겨들을 교훈이 많기 때문이다. 모 대기업은 핵심 임원들만 모은 자리에 김 감독을 틈만 나면 초빙하곤 한다.
그라운드가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원더스 감독실에서 김성근 감독은 “한 조직의 리더가 사람을 쓰는 것은 감독이 배팅오더를 짜는 것과 똑같다. 오더를 짜기 전에는 그 선수에 대해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일단 오더를 짜고 나면 모든 것을 그 선수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과 고양 원더스는 기업과 스포츠의 리더십을 접목하는 가교 구실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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