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27, SK)는 지나간 세월을 후회하지 않는다. 대신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후반기 들어 무서운 페이스로 SK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이명기가 어느덧 100안타 고지도 눈앞에 뒀다. 팀의 4강 진출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이명기지만 생애 첫 100안타에 대한 의지는 숨기지 않고 있다.
올 시즌 SK의 차세대 리드오프임을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는 이명기는 올 시즌 79경기에서 타율 3할6푼1리를 기록 중이다. 물론 규정타석을 소화한 성적은 아니지만 후반기 페이스는 괄목할 만하다. 이명기는 후반기 37경기에서 타율 4할3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이는 팀 선배인 박정권(.406)에 이은 리그 2위 기록이다. 연속 경기 안타 행진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명기는 후반기 선발로 출전한 33경기에서 무려 31경기나 1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한 발목 부상 여파로 올 시즌 초반까지 페이스가 좋지 않았던 이명기다. 남들이 전지훈련에서 땀을 흘릴 때 이명기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재활 캠프에서 겨울을 보내야 했다. 시즌 초반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천부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타격 재능은 사라지지 않았다. 꾸준히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자신에게 주어진 몇 차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 이명기가 SK의 차세대 리드오프라는 것은 완벽히 증명이 됐다. 그런 이명기는 개인 첫 100안타 고지에도 도전한다. 지난해 SK 1군 전면에 섰던 이명기는 26경기에서 34개의 안타(타율 3할4푼)를 쳤으나 발목 부상으로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도 초반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어쨌든 후반기 대분전으로 269타수에서 97개의 안타를 치고 있다. 안타 3개만 더한다면 생애 첫 100안타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100안타라는 기록은 리그 전체를 봤을 때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는 볼 수 없다. 12일 현재 100안타 이상을 친 선수는 리그 전체에서 총 53명이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 선수들이 규정타석을 소화한 선수들이다. 100안타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 중 가장 적은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브렛 필(KIA)로 380타석이었다. 400타석 이하인 선수도 필과 신종길(KIA, 386타석 102안타) 두 명 뿐이다.
이에 비해 이명기는 올 시즌 타석이 294타석밖에 되지 않는다. 시즌 종료 시점에는 300타석 이상이 될 것이 유력하나 3개의 안타만 더 친다면 최소 타석 및 타수 100안타라는 기록은 차지할 수 있다. 100안타를 쳐봤다는 것은 개인 경력에 큰 의미가 될 만하다. 아직 젊은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성장에 또 하나의 원동력에 될 수도 있다.
개인 기록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 이명기다. 일단 지금은 팀을 위해 한 번이라도 더 살아나가야 할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명기도 자신의 안타가 그 대명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특별한 개인 목표는 없지만 100안타는 쳐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제 이명기에게는 4경기가 남아 있어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달성이 가능하다. 이명기가 개인 목표와 팀의 목표를 모두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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