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도 참혹한 패배를 당했다. 홈런 4방 포함 28안타를 맞고 22실점하며 대패했다.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됐음에도 야구장을 찾아온 팬들에게 정말 면목이 없는 부끄러운 경기였다.
한화는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에서 1-22 대패를 당했다. 3회에만 안타 9개를 맞고 8실점하는 등 홈런 4방에 28피안타 22실점으로 무기력하게 졌다. 올 시즌 팀 최다 피안타 및 실점. 이날 패배로 49승76패2무 승률 3할8푼6리가 된 한화는 2년 연속 4할 승률 미만이 확정됐다.
시작부터 삼성 쪽으로 급격히 기운 경기였다. 선발 이태양은 박한이에게 볼넷을 내준 뒤 채태인에게 좌중월 투런포를 맞았다. 이어 이승엽-김태완-박해민에게 3연속 안타를 허용해 추가점까지 내줬다. 2회에도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빼앗겼다.

이태양은 3회 이승엽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은 뒤 김태완-박해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2이닝은 올 시즌 그의 선발등판 최소이닝. 이태양이 내려간 뒤에도 삼성은 구원 김기현을 집중 공략했다. 진갑용의 우전 적시타에 나바로의 좌월 스리런 홈런이 터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한이의 중전 안타에 이어 최형우도 좌중월 투런포로 쐐기를 박았다. 이후에도 이승엽과 김태완의 2연속 2루타가 나왔다. 한화는 3회에만 홈런 2개 포함 안타 9개로 8실점했다. 3회까지 스코어가 무려 0-12. 삼성의 화력도 막강했지만 한화 투수들의 힘도 너무나도 약했다.
투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5회에는 중견수 장운호가 두 번이나 안타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을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그 바람에 추가 3실점했다. 타선도 4회 무사 2·3루에서 후속타 불발로 한 점도 내지 못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한화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2008년부터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시즌 마지막 대전 홈경기에서 데니 바티스타의 역투를 앞세워 2위 넥센을 3위로 끌어내리는 화끈한 고춧가루를 뿌렸다. 그런데 올해는 1위 확정을 노린 삼성의 화력에 일찌감치 백기를 들고 포기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시즌 첫 경기이든 마지막 경기이든 무조건 최선을 다해 이기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목표를 잃어버린 선수들에게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유망주 장운호는 7회 서동환의 직구에 머리를 맞아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전구장을 찾은 4696명의 팬들은 8회가 되자 언제나처럼 "최강한화" 육성응원을 했지만 그마저도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의 경기였다.
굴욕적인 패배였지만 한화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감사 이벤트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선수단 모두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과 만나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대전구장 전광판에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다음 시즌 진짜 잘 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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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