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셔츠 한 장을 걸쳐 입고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세상을 보던 주원이 심은경과의 피아노 이중주를 통해 비로소 미간의 주름을 사르르 풀어내는 모습이 뇌리에 강렬히 남았다. 오만하고 고압적인 선배였지만, 금세 자신을 돌아보고 심은경의 입장에서 그를 배려해주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주원의 변신이 시선을 끌었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는 한음 음대 선후배로 만나는 차유진(주원 분)과 설내일(심은경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여자친구 차도경(김유미 분)에 차이고 술에 엉망으로 취한 유진은 미처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현관 앞에서 잠들었고, 마침 옆집에 사는 내일이 그를 발견에 자신의 집에 재우면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됐다. 깔끔하고 까칠한 완벽주의자 차유진에게 설내일의 집은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치를 떨며 질색하던 차유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일에게 신경이 쏠리기 시작하면서 화내면서 챙겨주는, 차유진 특유의 매력 포인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원은 군살 없는 날렵한 몸매에 흰 셔츠를 걸치고, 눈을 가릴 정도의 긴 머리로 어딘지 모를 고독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설내일과 있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한 없이 망가지는 차유진의 캐릭터에 고스란히 녹아든 모습이다. 원작 만화 치아키 선배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내일도 칸타빌레’의 차유진, 주원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도도함을 잃지 않는 자태로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완벽주의자의 짜증 섞인 눈빛과 말투, 몸짓 등을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귀찮게 달라붙는 설내일을 매정하게 내치는 코믹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표정만은 단호하던 주원은 재미를 더하면서, 그가 전작에서 보였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지점의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설내일의 쓰레기집이 싫어 청소를 해주고, 설내일의 더러운 냄새가 싫어 머리를 감겨주고, 배고픈 설내일을 유혹하기 위해 수준급 요리를 뚝딱 해내는, 표정과 행동이 정 반대인 주원은 이날 피아노 연주 연기까지 물 흐르듯 소화하며 방송 말미에는 설내일의 연주에 흡족한듯 멋진 미소를 지어보이며 여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피아노 치는 남자’라는 여자들의 로망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주원의 비주얼과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빠져들게 만드는 주원의 디테일한 피아노 연기는 이미 6개월 전부터 작품을 위한 연기 연습에 돌입했다는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클래식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열혈청춘들의 사랑과 빛나는 성장 스토리를 담는다. 주원 심은경 예지원 남궁민 이병준 고경표 백윤식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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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칸타빌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