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주장 이진영은 최근 팀의 상승세에 대해 “선수단이 한 마음으로 위기를 잘 이겨내고 있다. 우주의 기운이 온 것 같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우주의 기운’은 LG만의 전유물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SK도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지 모른다. 두 팀의 지독한 4위 대결에 많은 팬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LG와 SK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마지막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한 때 나란히 최하위권까지 처졌던 두 팀은 후반기 들어 쾌속 질주를 거듭하며 13일 현재 4·5위를 기록 중이다. 4강에서 경쟁했던 롯데와 두산이 차례차례 떨어져 나간 가운데 이제 가을잔치 초대권 쟁탈전은 LG와 SK의 양자구도가 됐다. 그리고 최근 두 팀의 놀라운 경기력, 그리고 4강을 향한 간절한 바람은 두 팀 모두 4강행의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엄청난 집중력이다. 첫 30경기를 치를 때까지만 해도 승률이 3할1푼, 50경기 남짓을 치렀을 때 승패차가 ‘-16’까지 벌어져 최하위를 면치 못했던 LG는 기적 같은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10월 9일 잠실 KIA전에서 승리하며 드디어 5할 승률에 올라섰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이렇게 큰 승패차를 이겨내고 5할 승률에 복귀, 포스트시즌에 나갈 자격을 가진 팀은 없었다.

LG보다야 가파르지는 않지만 SK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7월 11일 승률이 4할5리로 리그 8위였던 SK는 13일 문학 두산전에서 승리함에 따라 승률을 4할8푼8리까지 회복시켰다. SK는 후반기 42경기에서 26승14패2무(.650)을 기록, 넥센(.643)을 제치고 후반기 팀 승률 1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타 팀에 비해 외국인 선수 두 명 없이 거둔 성적이라 더 놀랍다.
후반기 집중력은 정말 예민하다. 두 팀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팬들의 진심 어린 박수를 받고 있다. 엄청난 뒷심은 상징적이다. SK와 LG는 후반기 들어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SK는 22전 전승, LG는 18승1무다. 설사 뒤집어지는 경기는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다시 뒤집는다. LG는 후반기 27승 중 18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해 리그에서 가장 각본을 많이 쓴 팀이었고 SK도 12승으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최근 경기 양상은 두 팀의 투지를 증명한다. LG는 유독 극적인 승부를 자주 연출했다. 5일 잠실 넥센전, 6일 잠실 NC전에서 각각 끝내기 승리를 기록한 LG는 7일 잠실 삼성전에서는 8회 역전승, 그리고 9일 잠실 KIA전에서는 연장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팀 분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 SK도 밀리지 않는다. 7일 문학 NC전과 13일 문학 두산전에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패배 위기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11일 문학 넥센전(7-7 무승부)까지 포함하면 9회의 팀이라고 할 만하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쪽은 LG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황에서 5위 SK에 1.5경기 앞서 있다. 1승1패만 해도 SK는 남은 세 경기에서 전승을 해야 한다. 설사 전패를 하더라도 SK가 2승1패를 거둘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SK가 13일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을 거둠에 따라 LG 또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SK도 LG에 뒤지지 않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잔여경기 일정에 기대를 걸 만하다. 피 말리는 혈투지만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는 두 팀의 명승부. 과연 우주의 기운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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