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와 현실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됐다. 워낙 유명한 원작일 뿐 아니라 이를 드라마화한 일본 작품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만화를 잘 살렸다”는 호평 속에 사랑 받아왔기에 한국판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일본 드라마와 너무 비슷하면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아 시청자들의 입맛에 그리 맞지 않을 수 있고, 그렇다고 한국의 현실에 포커스를 맞추자니 원작을 비롯한 일본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재미는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큰 것.
지난 13일 오후 첫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극본 박필주 신재원 연출 한상우 이정미)는 일본 원작 및 드라마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한편 한국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도 불편함이 없는 정서와 분위기로 줄타기에 비교적 성공한 모습이었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클래식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열혈 청춘들의 사랑과 빛나는 성장 스토리를 담는 작품이다.

일단 ‘내일도 칸타빌레’는 내용의 전개나 캐릭터 설정의 면에서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한 일본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만취한 차유진(주원 분)이 쓰레기장 같은 설내일(심은경 분)의 방에서 잠이 깨며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이나, 음대생인 설내일이 악보를 읽지 않고 귀로만 듣고 이를 외우는 점, 끊임없이 독백을 하는 차유진의 모습, 설내일을 가르치며 뭔가를 깨닫게 되는 차유진, 차유진을 따르는 설내일의 캐릭터 등이 원작과 닮아 있었다.
분명 다른 점도 있었다. 일본 드라마보다는 상상 신 등 만화 같은 요소들이 조금 줄어들었다. 특히 외국인인지 아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란츠 슈트레제만(백윤식 분)은 외양에서 풍겨오는 특이함이 지워진 대신, 백윤식 특유의 묘한 분위기가 한국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느낌을 줬다.
두 배우의 연기는 분명, 일본 드라마 배우들과 차별화를 이뤘다. 설정이 비슷한 대신 이를 표현하는 연기에는 배우 특유의 개성이 묻어난 모습. 주원은 체중을 감량해 한층 날카로워진 외모로 ‘냉미남’ 차유진을 연기했다. 그는 때로는 조용하고 냉소적이지만, 8차원 설내일 앞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엄마 같은 모습을 숨길 수 없는 차유진의 이중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그렸다. 균형 감각 있는 연기는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 타마키 히로시의 그림자를 걷어냈다.
주인공 설내일을 맡은 심은경의 연기에서는 일본 드라마의 주인공 우에노 주리와 캐릭터 표현에서 차별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보였다. 원작 속 우에노 주리가 일본 특유의 ‘4차원 오타쿠’ 캐릭터를 여성스럽고 귀여운 느낌으로 그렸다면 심은경은 이를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소화해 풋풋한 매력을 느끼게 만들었다. 다만, 일본 드라마 속 캐릭터가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캐릭터가 잡혀갈수록 해결될 문제였다.
일본 드라마와 얼마만큼 닮아있고, 또 얼마만큼 다른지 결국 비교될 수밖에 없는 사실은 ‘내일도 칸타빌레’가 풀어 가야할 숙제다. 원작 및 일본 드라마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도 한국판만의 색깔과 개성을 형성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순간도 올 것이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한 ‘내일도 칸타빌레’는 안정적이었던 첫 방송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내일도 칸타빌레’는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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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칸타빌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