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우완 언더 김병현(35)이 올 시즌을 아쉽게, 하지만 희망적으로 마쳤다.
김병현은 지난 13일 광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김병현은 시즌 4승 요건을 갖췄으나 팀이 8회 역전을 허용하면서 승리 요건을 날렸다. 그는 올 시즌을 3승6패 평균자책점 7.10으로 마감했다.
그는 10월 들어 4경기에서 2패 만을 안았으나 올 시즌 3번의 퀄리티 스타트 중 2번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4.34로 월간 평균자책점 중 가장 낮았다. 특히 긴 이닝을 끌어가면서도 그가 원하는 제구력과 구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소득이었다.

김병현은 올해 4월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트레이드됐다. 야구 인생의 마지막은 고향팀에서 보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2012년 한국 무대로 돌아온 뒤 그의 공은 전성기 같지 않았고, 그 역시 마운드 위에 설 날이 길지는 않음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1군에서 거의 볼 수 없었다.
KIA 유니폼을 입으면서 그는 49번을 포기했다.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김영광이 달던 45번을 그대로 받았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던 등번호를 버리면서도 그는 "그냥 번호일 뿐"이라며 웃었다. 이제는 아무런 욕심이나 잡념 없이 야구만 생각하려는 의지였다.
편한 마음은 마운드 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사사구가 줄어들었고 마운드 위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오히려 높아졌고 승수는 좀처럼 쌓이지 않는데도 그는 "야구를 마음껏 하는 게 좋은 것 아니냐"며 개의치 않아했다.
지난 8월 광주에서 만난 그에게 KIA로 옮기고 무엇이 좋아졌는지 물었다. 그는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자주 갈 수 있어서 좋다. 초등학교에 가끔 가보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스무살 때부터 메이저리그 생활을 하며 몸도 마음도 지쳤던 그에게 주어진 '힐링' 처방이 바로 고향이었던 셈이다.
김병현은 내년에도 고향팀에서 계속 야구공을 잡는다. 후반기 보여준 가능성 덕분에 팀내에서 그의 필요성은 그가 트레이드될 때보다도 커졌다. 마음이 여유로워진 김병현이 내년에는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