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SK 불펜,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14 10: 10

구위 저하에 만신창이가 된 SK 불펜이다. 이제는 마운드에 오르는 것조차가 버거워질 때가 됐다. 그러나 묵묵하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SK 불펜의 막판 투혼에 많은 팬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올 시즌 SK를 괴롭히는 고질병은 ‘부상’과 ‘불펜’으로 압축할 수 있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추지 못한 SK가 4강 경쟁을 하고 있는 것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런데 불펜 투수들에 대한 평가는 사뭇 이상하다. 성적만 놓고 보면 비난이 거세져야 일반적인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 비난이 잦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보여주는 투혼과 관계가 있다.
13일 현재 SK의 올 시즌 불펜 성적은 22승19패2무25세이브44홀드, 평균자책점 5.57이다. 5.57의 평균자책점은 KIA(5.77), 한화(6.32)의 수준을 간신히 웃도는 리그 7위의 성적이다. 선두권인 LG(4.18), NC(4.46)과는 제법 차이가 난다. 주로 불펜 투수들이 책임지는 7~9회 피안타율은 2할8푼2리로 리그 8위다. 그렇다고 후반기 들어 유의미한 성적 향상을 이뤄낸 것도 아니다. LG에 1.5경기 뒤져 있는 SK로서는 불펜이 날린 몇몇 경기들이 생각날 법도 하다.

그러나 마냥 돌을 던지기 힘들다. 시즌 내내 최선을 다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온 선수들의 땀방울이 눈에 밟혀서다. 등판 경기수, 소화 이닝 등을 보면 SK 불펜 투수들의 노고를 엿볼 수 있다. 팀의 유일한 좌완 셋업맨인 진해수는 올 시즌 73경기에 나서 리그 최다 등판자로 확정되기 일보직전이다. 66경기에 나선 전유수는 81⅔이닝을 던져 불펜 투수로서는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윤길현(58경기 등판)은 부상 투혼 중이고 후반기 필승조에 합류한 이재영(후반기 20경기)도 많은 경기에 나섰다.
이만수 SK 감독은 현재 다른 불펜 요원들을 거의 쓰지 않고 있다. 경기 일정에 여유가 있는 면도 있지만 이 네 선수의 구위가 가장 믿을 만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로는 네 선수가 거의 매 경기 출석체크를 하고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자연히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시즌 내내 많은 등판을 해온 선수들이라 구위도 정상은 아니다. 맞아나갈 확률이 높아진다.
이제는 ‘악으로’ 던진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한 관계자는 “요즘 불펜 투수들의 기합 소리도 점점 커지더라”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비록 자신들이 최고의 불펜진은 아니지만,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요새는 아웃카운트 하나하나가 참 소중해 보이는 투수들이다. 그런 이들을 지켜보는 동료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팀이 하나로 뭉치게 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이제 3경기가 남았다. SK 불펜 투수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는 남은 시간도, 가진 힘도 모두 부족하다. 아마도 대다수가 4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 그리고 개인타이틀과는 거리가 먼 상태에서 시즌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불펜 여건에서 누군가는 던져줬기에, 지금의 SK의 4강 싸움도 가능했다. 이런 공헌도는 평균자책점, 홀드, 세이브와 같은 기록으로는 절대 평가할 수 없다. 정말 특별한 불펜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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