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이지만 존경한다".
프로야구 최고 2루수로는 한화 정근우(32)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정근우는 골든글러브 3회와 함께 각종 국제대회에서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한국야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2루수로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그가 '존경'이란 표현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극찬한 선수가 있으니 바로 넥센 서건창(26)이다.
서건창은 지난 13일 광주 KIA전에서 프로야구 역대 한 시즌 최다 197안타를 기록했다. 1994년 해태 이종범의 196안타를 넘어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잔여 3경기에서 3안타를 치면 대망의 200안타까지 가능하다. 33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어느 누구도 기록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근우도 서건창의 활약을 보며 놀라움을 넘어 존경을 나타냈다. 정근우는 "건창이를 보면 존경스럽다. 후배라고 해도 존경하고 싶을 정도로 잘하고 있다. 아니 200안타 도전이 말이 되는가. 도루도 하고, 수비도 하니 체력적으로 지칠텐데도 그런 성적을 낸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이다"고 치켜세웠다.
정근우는 "나도 2009년 타율 3할5푼을 치며 168안타를 기록한 적이 있었다. 2루수로 누가 내 기록을 깰 수 있을까 싶었다. 솔직히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건창이가 다 깼다. 타고투저를 떠나 이런 기록 자체가 대단하다. 어쩜 그렇게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극찬했다.
정근우는 SK 시절이었던 지난 2009년 정확히 3할5푼의 타율을 기록하며 2루수 역대 한 시즌 최다 168안타를 쳤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서건창이 리그 최고 3할7푼2리의 타율에 197안타를 몰아쳐다. 득점도 역대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최다 130점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며 연일 기록 행진이다.
지난 2012년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한 서건창은 자신의 롤 모델로 주저하지 않고 정근우를 꼽았다. 정근우도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인연이 없지만 건창이가 나를 롤 모델이라고 하더라. 올해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이 성적으로는 건창이에게 명함도 내밀 수 없겠다"고 인정했다.
정근우는 서건창의 타격폼도 직접 흉내 내며 "폼이 조금 특이하지만 배트를 어깨 위에 올려놓는 게 편해 보인다. 본인에게 편하게 느껴지면 좋은 것이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은 모두 쳐내는 것 같다. 컨택 능력이 진짜 놀랍다"며 "수비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나처럼 큰 경기를 많이 치르다 보면 더 좋아질 수 있다. 넥센도 가을야구를 자주 하니까 앞으로 발전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 200안타도 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로서 정근우도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는 "올해 3할 타율이 거의 어려워졌지만 내년이 또 있다. 비록 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여러 분들이 도와주셔서 큰 노력없이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즐겁게 한 해를 보는 듯하다"며 "내년에는 더욱 노력해서 건창이와 재미있게 경쟁을 한 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서건창의 사사 첫 200안타 도전에 자극받은 롤 모델 정근우의 내년 반격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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