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후 최악의 참패였다. 팬들에게 고개를 들기 어려울 만큼 민망한 참패와 함께 역대 프로야구 한 시즌 최악의 팀 평균자책점 불명예까지 새로 썼다.
한화는 지난 13일 대전 삼성전에서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가졌다. 이미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을씨년스런' 가을 날씨에도 대전구장에는 4696명의 팬들이 찾아 한화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한화는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 최악의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한화 창단 후 최악의 참패라 할 만 했다.
팀 내 최다승 투수 이태양이 선발로 나섰지만 1회부터 3점을 내줬다. 2회 1점에 이어 3회에도 이태양은 흔들렸다. 이태양이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스코어는 0-5. 한화는 좌완 김기현을 올렸지만 그는 홈런 2개 포함 5안타를 맞고 추가 5실점했다. 3회에만 대거 8실점해 스코어가 0-12로 크게 벌어졌다.

이미 승부가 크게 기울자 추격조 투수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러나 그들로 삼성의 화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임기영(2이닝·3실점) 정재원(⅓이닝·3실점) 황재균(1⅓이닝·3실점) 최영환(2⅔이닝·1실점) 모두 점수를 내줬다. 창단 이후 한 경기 최다 28피안타와 함께 최다 22실점에 최다 21점차 패배였다.
경기는 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지는 건 아니다. 초반부터 스코어가 벌어지자 한화는 마치 경기를 포기해버린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마지막까지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한화가 0-18로 뒤진 6회 펠릭스 피에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자 팬들은 마치 승리라도 한 마냥 큰 박수를 보냈다. 1-22로 뒤지던 8회에는 늘 그랬던 것처럼 "최·강·한·화" 육성 응원을 보냈다. 눈물겨운 응원이었다.

팬들의 응원도 한화의 참패를 막을 수 없었고, 이날 패배로 팀 평균자책점은 6.23에서 6.35로 치솟았다. 1982년 원년 최하위의 대명사 삼미가 기록한 6.23을 넘어 역대 한 시즌 최악의 팀 평균자책점이 확정됐다. 시즌 최종전인 17일 광주 KIA전에서 최대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도 6.29로 더 높다.
한화의 암흑기는 결국 마운드 붕괴에서 시작됐다. 송진우·정민철·구대성 등 베테랑들이 차례로 은퇴하며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절대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됐다. 설상가상으로 매년 외국인 투수 농사 실패까지 겹쳤다. 마운드에서 비빌 언덕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올해 1군 기록이 있는 한화 투수 중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하고 있는 김광수와 윤기호를 제외하면 나머지 25명 모두 평균자책점이 4점대 이상이다. 두 자릿수 평균자책점도 7명. 그 중에서 91⅓이닝을 던진 유창식의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은 것이니 말 다했다. 역대 최악의 마운드 붕괴 속에 한화는 씻지 못할 수치로 2014년을 접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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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