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도경수)가 명필름이 발견한 품질 보증 배우 계보를 이어갈지 관심이다. 전도연 박해일 류승범 조정석 수지에 이어 파릇파릇한 약관의 디오까지 스크린 배우 반열에 안착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시선이 많다.
명필름은 지난 1997년 ‘접속’을 개봉하며 당시만 해도 햇병아리이던 전도연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특히 상대역이 당대 최고 개런티를 받던 한석규라는 점에서 역발상의 강도가 셌다. 하지만 낭중지추 급 실력을 갖추고 있던, 당시 나이 24세 전도연은 기다렸다는 듯 기량을 뽐내며 성공적으로 영화 주연 신고식을 마치며 하루 아침에 백조가 됐다.
명필름은 이후에도 뉴 페이스나 저평가된 배우를 깜짝 주연으로 발탁하는 모험과 눈썰미를 발휘했다. ‘건축학개론’의 수지와 조정석도 이 회사의 안목이 돋보인 사례였다. 당시 국민 첫사랑 서연 역을 놓고 소녀시대 서현에게 출연 제의를 했지만 SM으로부터 “스케줄 때문에 출연이 어렵다”는 답을 받은 뒤 눈을 돌린 배우가 바로 미쓰에이의 배수지였다.

이미 JYP로부터 한 차례 출연 거절 의사를 전달받은 감독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한 번만 더 시나리오를 봐 달라”고 부탁했고, 가요 쪽이 아닌 연기자 파트 매니저의 사내 설득으로 수지가 합류할 수 있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흥행력까지 겸비한 조정석 역시 그가 출연한 뮤지컬을 인상 깊게 본 심재명 대표와 이용주 감독이 무릎을 치며 이구동성으로 캐스팅한 케이스였다.
심재명 대표는 “이용주 감독님이 인지도는 낮지만 납뜩이를 하기에는 최고의 싱크로율이라며 추천한 사람이 조정석씨였다”면서 “저도 마침 정석씨가 나온 뮤지컬을 여러 편 봤던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섭외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카트’에서 디오는 대형마트에서 부당 해고된 비정규직 캐셔 염정아의 아들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편의점 알바를 뛰며 생계를 돕고 엄마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과 부조리를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달 막을 내린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실력을 보여줬지만 드라마 보다 먼저 촬영된 만큼 ‘카트’에서의 디오 연기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카트'를 들고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부지영 감독은 “출연 배우 중 디오가 한 장면에서 13번이나 NG를 냈다”고 폭로하며 기대치를 살짝 낮추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이렇게 뜰 줄 몰랐던 제작진으로선 상대적으로 적은 디오의 분량이 못내 아쉬울지 모른다.
그동안 ‘조용한 가족’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와이키키 브라더스’ ‘바람난 가족’ 등 다른 영화사들이 시도하지 않거나 엄두를 못 내는 영화를 뚝심있게 만들어온 기획 영화의 대표 주자 명필름이 디오가 합세한 ‘카트’로 다시 한 번 한국 사회에 묵직한 물음표를 투척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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