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기록이 생명이요 역사다. 혹자는 과도하게 기록달성에 몰두한 나머지 '비난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라고 말해 비난을 사기도 했는데 뒤집어 말하자면 야구에서 기록에 갖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올해 '기록 풍년'은 넥센의 몫이다. 서건창의 최다안타, 박병호의 홈런 레이스, 강정호의 타점행진, 앤디 밴헤켄의 20승까지. 모두 프로야구 역사에 굵은 족적을 남길만한 대기록이다. 1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둔 넥센 더그아웃은 행복한 고민으로 가득했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3경기, 모두 달성이 가능한 기록들이었기 때문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최대한 선수들의 기록달성을 도와줘야 한다. 신기록을 달성하는 선수가 많이 나오는 건 팀에 스타가 탄생한다는 의미고, 그런 선수들이 많이 등장하면 우리 팀이 강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웃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염 감독은 "내일은 문성현의 10승 달성이 걸려 있고, 17일 최종전은 헨리 소사가 10승 달성으로 승률왕 등극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크고 작은 기록까지 줄줄이 넥센을 기다리고 있다. 염 감독은 마치 뷔페에 온 사람처럼 '어떤 기록을 집어들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14일 사직구장은 넥센이 달성한 대기록으로 풍성했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건 서건창이다. 서건창은 5회 4번째 타석에서 김사율을 상대로 시즌 198번째 안타를 쳤다. 종전 시즌 최다안타였던 196안타를 이미 넘어 선 서건창은 이날도 안타를 추가, 최초의 200안타 달성에 2개만을 남겨두게 됐다.
다음 순서는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4회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이성열의 우전안타로 홈을 밟았다. 시즌 100득점 달성이다. 이미 8월 27일 목동 KIA전에서 100타점을 넘겼던 강정호는 이로써 프로통산 13번째 100타점-100득점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박병호도 홈런으로 거들었다. 50호 홈런이 터졌다. 앞선 4회 펜스 상단에 맞는 3루타를 날렸던 박병호는 5회 투런포를 작렬했다. 2003년 이승엽(삼성)과 심정수(현대)에 이어 11년 만에 터진 50홈런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병호는 8회 연타석 홈런까지 폭발, 51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마지막 영광은 밴헤켄이다. 6이닝 7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밴헤켄은 시즌 20승 고지를 밟았다. 프로 통산 15번째, 순수 선발승으로는 7번재인 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 마지막 20승 투수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두산)로 22승을 거뒀었다. 외국인투수로는 두 번째다.

팀 기록도 더해졌다. 강정호가 100득점을 달성하면서 넥센은 한 팀에서 100타점-100득점을 동시달성한 선수 두 명(박병호 121타점-124득점, 강정호 112타점-100득점)을 보유한 최초의 구단이 됐다. 또한 박병호와 강정호, 여기에 서건창(130득점)까지 100득점 선수를 3명 배출한 최초의 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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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