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의 두 번째 실험은 몇 가지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장현수(23, 광저우 부리)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도 마찬가지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랭킹 63위)은 1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FIFA랭킹 15위) 와 평가전서 1-3으로 패했다.
이로써 지난 10일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와 평가전서 2-0으로 완승을 거뒀던 한국은 이날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A매치 2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다양한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자신의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지난 10일 파라과이전과 사뭇 다른 라인업을 꺼내든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코스타리카전에서 여러 가지 실험으로 장기적인 플랜의 포석을 깔았다. 지난 파라과이전과 달리 조영철(25, 카타르SC) 대신 이동국(35, 전북)을 최전방에 내세우고 기성용(25, 스완지 시티) 이청용(26, 볼튼) 남태희(23, 레퀴야)를 제외하고 라인업을 모두 바꿨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모은 것은 장현수의 포지션 변경이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주장이자 중앙 수비수로서 수비라인을 지킨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 기성용의 짝으로 세웠다.
아시안게임 전경기에 출전한 장현수는 체력적인 문제에 오른 발목 타박상이 더해져 지난 파라과이전에는 결장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서 선발로 출전하며 슈틸리케의 본격적인 실험대에 올랐다.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리면서 기성용을 보다 전진배치시켜 공격력을 강화시키는 선택을 한 것.
수비 밸런스 유지에 중점을 두고 뒷공간에서 넓게 움직인 장현수는 자신의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기성용이 공격에 가담해 2선에 가깝게 침투한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들 앞에서 상대를 묶기 위해 고군분투한 셈이다. 이날 한국은 3골을 내줬으나 장현수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꾸준히 수비 최전선을 지켰다. 자신에게 주어진 벅찬 임무 속에서 숨가쁘게 뛰어다니며 제 몫은 해낸 셈이다.
본업은 중앙 수비수지만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 가능한 장현수의 변신은 기성용의 파트너 자리를 두고 펼쳐질 경쟁에 있어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됐다. 하지만 한국영의 장점인 확실한 컷팅 능력과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한 발 빠른 움직임의 비교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이 중원의 장현수 실험 결과를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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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