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9년차 연기 내공은 달랐다.
정일우는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극본 유동윤, 방지영, 김선희 연출 이주환, 윤지훈)에서 다양한 감정을 오가는 이린 캐릭터를 제대로 그려내며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날 정일우가 분한 이린은 그야말로 극과 극의 감정을 오갔다. 어보(만파식적)를 찾으러 나선 이린은 사담(김성오 분)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하지만 이린을 구하기 위해 달려온 도하(고성희 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도하는 이미 독이 몸에 퍼진 상태. 해독제를 먹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위기 속, 이린은 직접 입으로 해독제를 도하에게 넣어주며 애틋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전해진걸까. 도하는 눈을 떴고 그런 도하를 보며 이린은 행복해했다.
하지만 이내 이린에게 가장 큰 위기가 닥쳤다. 어렵사리 손에 넣은 어보를 기산군(김흥수 분)에게 건넸지만 질투심과 목숨을 부지하고자 하는 욕심이 큰 기산군이 어보를 박수종(이재용 분)에게 넘긴 것.
게다가 위험에 처한 이린을 구하기 위해 대비(서이숙 분)가 몸을 던지면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까지 처하는 상황을 맞닥뜨려야했다.
이처럼 지난 14일 방송분, 그 한 회에서만 이린의 감정은 다양했다. 도하를 보며 애절했다가 도하를 보며 행복해했고 기산군을 보며 허탈해하다가 대비와 박수종을 보며 분노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이린의 감정을 정일우는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잘 잡아나가며 연기를 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없이 무너져야할 땐 요동치는 감정의 밑바닥을 다 내보이며 연기를 펼쳤고 마음을 다잡아야할 땐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이린의 감정을 표현해냈다.
특히 지난 14일 방송분에서 분노에 차 박수종을 찾아간 모습은 정일우의 연기 내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비를 위중하게 만들고 왕실을 혼란스럽게 한 박수종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이린은 곧장 왕실로 찾아가 박수종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대역죄인. 너를 용서치 않겠다"며 정면대결을 예고한 이린의 모습은 진정한 왕에게서 느낄 수 있는 카리스마가 가득 담겨있었다.
'야경꾼일지'는 판타지 사극으로 출발한 만큼 다소 황당한 부분들을 군데군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사실. 이번 회에서도 만파식적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모두 막아내는 등 판타지적인 요소는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다소 떨어지게 만들고 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정일우마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면 시청자들은 당장 리모콘을 들었을 것.
하지만 '야경꾼일지'가 월요일 예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정일우의 열연이 무엇보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내공을 쌓아온 정일우가 극의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어나가고 있기 때문.
한때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정일우는 이제 그 내공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야경꾼일지'가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 앞으로 정일우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한편 '야경꾼일지'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부정하는 자와 귀신을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귀신을 물리치려는 자, 세 개의 세력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감각으로 그려낸 판타지 로맨스 활극으로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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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꾼일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