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뛰어나거나 아주 끔찍한 경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기가 그렇듯 슈틸리케호의 첫 2연전은 100점도 0점도 아니었다. 하지만 바로 그랬기에 의미가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코스타리카와의 친선전에서 1-3으로 완패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첫 패배의 맛을 봤다.
3골이나 내준 패배였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졌지만 패배자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취임 때부터 줄곧 장기적인 플랜을 강조해온 슈틸리케 감독다운 말이었다. 그는 "오늘 결과가 부정적이지만 우리는 항상 파워가 있고 의지가 있다. 결과에 승복하고 더 발전해나가겠다"며 미래의 가능성에 더 많은 방점을 뒀다.

성적을 매기자면 슈틸리케호의 이번 2연전은 분명 100점짜리 경기가 아니었다. 파라과이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한국 축구에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코스타리카전에서 흔들린 수비와 함께 1-3으로 패했다. "월드컵 이후 연승이 없다. 2연승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기성용이나 "상대는 3골을 넣고 우리는 1골을 넣었다. 긍정적인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는 손흥민의 말에서 선수들 스스로도 이날 경기에 좋은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0점짜리 경기를 펼친 것도 아니다. 멀리 4년 후 2018 러시아월드컵을 바라보는 슈틸리케호는 이제 막 진수식을 치르고 항해에 나섰을 뿐이다. 실험을 거듭하면서 발전해나가야하는 기초공사 단계다. 조급함 대신 시간을 달라고 거듭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의 말이 아니더라도, 처음 두 경기로 박한 점수를 매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장 앞선 과제는 2015 아시안컵이다. 100점도 0점도 아닌 슈틸리케호의 성적표에 몇 점을 매길지는 팬들이, 그리고 앞으로의 결과가 결정할 것이다. 이번 2연전이 1승 1패의 기록 그 이상으로 의미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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