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낸 책임을 물어 구단 수뇌부에 변화를 줬다. 탬파베이에서 단장으로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던 앤드루 프리드먼(38)이 다저스의 방향타를 잡는다. 팀의 개혁 신호탄이라고 할 만하다.
LA 다저스는 15일(이하 한국시간) "프리드먼이 다저스의 야구 부문 사장으로 임명됐다. 콜레티는 (총괄 사장격인) 스탠 카스텐의 자문역으로 팀에 남을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프리드먼의 역할 범위는 명확하게 소개되지 않았으나 야구 부문 총책임자로서 구단 운영의 전권을 휘두를 전망이다. 단장은 일단 공석이 됐다. 프리드먼은 16일 공식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새로운 동반자를 맞이한 카스텐 사장은 "프리드먼은 현재 야구계에서 젊으면서도 가장 빛나는 마인드를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우리의 조직에 오게 된 것은 매우 큰 행운"이라면서 "(탬파베이에서의) 지난 9년은 팀을 훌륭하게 조형한 시기였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전임 콜레티 단장은 분명 재임 기간 중 혁혁한 공이 있는 단장이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한 구단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고비용 저효율’의 팀을 만들었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우승을 위해 거액의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마다하지 않았고 여기에 트레이드로 고액 몸값의 스타 선수들을 영입했으나 성과가 미비했다. 다저스의 올 시즌 개막전 팀 연봉은 2억3500만 달러로 리그 전체 1위였지만 성적은 그만큼 따라오지 않았다.
다저스 수뇌부는 팀이 올 시즌에도 세인트루이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하자 결국 콜레티 단장을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재정과 전력 유지, 그리고 향후 미래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적색 경보가 켜진 다저스를 개혁하기 위해 프리드먼을 낙점했다. 다만 이번 수뇌부 교체가 돈 매팅리 감독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프리드먼 신임 사장은 30대의 젊은 나이지만 이미 탬파베이의 리빌딩을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아온 행정가다. 2005년 탬파베이와 연을 맺은 뒤 다저스를 관통하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이 아닌,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해왔다. 특히 키워낸 스타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한 뒤 FA 자격을 얻기 전 트레이드 시키는 행보에 일가견을 발휘했다. 그리고 그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유망주를 토대로 다시 팀을 만들어 탬파베이의 현재 토대를 만들었다. 상대의 조급함을 이용한 환상적인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곤 했다.
그런 프리드먼의 정책 속에서 탬파베이는 2008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며 그 후에도 세 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호들의 소굴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발돋움했다. 다저스 수뇌부로서는 유망주를 토대로 팀을 만드는 능력, 그리고 빼어난 트레이드 수완이 현 시점에서 팀에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탬파베이와는 재정적 여건이 완전히 다른 다저스에서 프리드먼이 어떤 행보를 보여주느냐는 최대 관심거리다. 2008년 월드시리즈 진출 당시 탬파베이의 팀 전체 연봉은 고작 4300만 달러였다. 그 후 팀 연봉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기는 했으나 7700만 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다저스는 2018년까지 확정된 연봉만 1억3100만 달러에 이른다. 실탄이 넉넉한 다저스에서 프리드먼이 어떤 정책을 추구하느냐는 다가오는 겨울이적시장에서 어렴풋이 드러날 전망이다.
프리드먼은 탬파베이 단장 재직 시절 LA 에인절스와 휴스턴의 제의를 거부한 바 있다. 최초에 다저스행 루머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반응은 미지근했다. 탬파베이 언론들이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 다저스행의 전격 수용을 놓고 무성한 뒷말이 따를 전망이다. 탬파베이로서는 장기적으로 조 매든 감독의 거취에도 영향을 공산이 크다.
한편 프리드먼은 탬파베이를 떠나며 "탬파베이라는 팀은 오너십과 선수들 사이의 많은 잠재력이 있는 팀이다. 우리는 이런 믿을 수 없는 팀 문화를 함께 만들어왔으며 나는 우리가 거둔 성공이 앞으로의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작별의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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