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꿈의 무대라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자그마치 14승을 거뒀다. 그것도 2년 연속 성과였다. 그러나 류현진(27, LA 다저스)은 만족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70점이라는 비교적 박한 점수를 주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처럼 류현진의 머릿속에 자만은 없다. 더 밝은 내년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팀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14승7패 평균자책점 3.38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끄는 한 축으로 활약했다. 14승은 지난해와 같은 수치이며 리그 공동 12위에 해당되기도 했다. 충분히 뛰어났다. 하지만 류현진의 표정은 지난해 귀국 당시만큼은 밝지 않아 보였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 보였다.
팀이 예상보다 일찍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해서인지 류현진은 다소간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에 자신의 올 시즌 활약에 대해서도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귀국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올 시즌에 대해 “70점을 줘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지난해 류현진은 같은 질문에 “99점이다. 100점을 주고 싶은데 동부 시차 적응 때문에 1점을 뺐다”라고 밝게 웃었었다. 단순히 비교하면 20점 이상이 빠졌다.

류현진은 지난해 귀국 당시 올 시즌 목표에 대해 “10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이라고 밝혔다. 그 당시 목표를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근접했음은 분명하다. 스스로 점수를 크게 깎을 일은 아니었다. 다만 역시 몇몇 기억이 머릿속에 있었다. 류현진은 “초반에 무너진 경기, 부상이 많았던 것이 아쉽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3이닝을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9월 13일 샌프란시스코전은 부상에 의한 것이었지만 4월 5일 샌프란시스코전(2이닝 8피안타 6실점), 7월 9일 디트로이트전(2⅓이닝 10피안타 7실점)은 스스로의 난조였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내심 당시의 기억이 아쉬웠던 것이다.
여기에 부상이라는 난적도 만났다. 류현진은 지난해 가벼운 부상은 있었으나 민감한 부위의 부상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어깨 부상으로 두 차례, 엉덩이 부위의 부상으로 한 차례까지 총 세 차례나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다. 152이닝 소화에 그친 이유다. 승리보다는 평균자책점과 이닝소화에 더 중점을 두는 류현진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류현진은 더 노력하기로 했다. 오히려 올해 문제점을 발견한 만큼 앞으로의 발전에 교훈으로 삼는다는 각오다. 류현진은 “시즌 끝났는데 몸 상태가 좋아서 아쉽다. 겨울 때 또 준비 잘해서 내년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확실하게 몸을 만들어 내년에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만족이 없는 류현진에게 귀국은 또 하나의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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