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이닝 도전 선언’ 류현진, 의미와 과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15 10: 16

메이저리그(MLB) 진출 2년차를 마무리한 류현진(27, LA 다저스)이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뛴다. ‘200이닝 소화’라는 매우 단순명료한 목표를 내놨다. 단순한 수치가 아닌,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목표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2014년 LA 다저스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류현진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올 시즌 26경기에서 14승7패 평균자책점 3.38의 좋은 성적을 거둔 류현진은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에 이은 다저스의 3선발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해와 같은 승수를 거두며 일각에서 제기한 2년차 징크스를 훌쩍 털어버린 것도 2014년의 중요한 수확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류현진은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귀국 후 기자회견에 임한 류현진은 올 시즌 자신의 점수에 대해 70점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99점을 주고 싶다”라며 비교적 만족스러운 소감을 밝힌 것과는 사뭇 온도차가 난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무실점도 많았지만 부상으로 3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들어간 게 아쉬웠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부상이 올 시즌 자신의 성적을 갉아 먹은 주요인임을 인정한 셈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세 차례의 부상에 시달렸다. 어깨에 두 번, 엉덩이에 한 차례 부상이 오며 부상자 명단(DL)을 오르내렸다.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찾아온 부상이라 더 아쉬웠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올해 152이닝 소화에 그치며 규정이닝 진입에 실패했다. 선발 투수로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은 승수, 평균자책점과는 별개로 큰 아쉬움이 될 법하다.
그래서 류현진이 세운 목표는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 류현진은 내년 시즌 목표에 대해 묻자 “올해 초 200이닝 던지고 싶다고 했는데 내년에 그걸 해보고 싶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류현진은 데뷔 시즌이었던 2013년 192이닝을 던졌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 201⅔이닝을 던졌고 2007년에는 지금도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이닝으로 남아 있는 211이닝을 소화했다.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부상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각오로 풀이할 수 있다. MLB의 풀타임 선발 투수들은 대개 1년에 33~34경기에 등판한다. 경기당 최소 5⅔이닝 정도는 꼬박꼬박 소화해야 200이닝을 달성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부상을 당하면 200이닝 고지는 어려워진다. 올해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 목표에 녹아있다. 실제 류현진은 “겨울에 준비를 잘해서 내년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철저한 몸 관리 프로젝트를 세우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닝이터로서의 상징성도 크다. 지난해 MLB 투수 중 200이닝을 기록한 선수는 단 34명에 불과했다. 팀 당 한 명꼴이라는 이야기인데 이는 승수보다는 평균자책점과 이닝소화에 신경을 쓰는 류현진의 평소 성격과도 연관이 있다. 항상 내구력을 의심받는 아시아 투수의 편견을 지워낼 수도 있다. 올 시즌 아시아 투수 중 최다 이닝 투수는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로 199이닝이었다. 편견을 지우는 것은 몇 년 뒤 류현진의 몸값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부상만 없이 꾸준히 던진다면 따라올 수 있는, 분명 멀지 않은 목표라 기대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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