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타고 있는 SK의 예민한 감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선수들의 손끝은 물론 코칭스태프의 ‘눈끝’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도입된 심판합의판정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SK의 4강 탈환 작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 시즌 후반기부터 도입된 심판합의판정제도는 스트라이크-볼 판정 등 몇몇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심판 최초 판정에 대한 번복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올 시즌 유독 오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후반기부터 전격 도입, 현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심은 나올 수 있지만 구제받을 수 없는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볼멘소리를 했던 각 구단은 이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며 경기 흐름을 뒤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성공률이 높았던 팀은 어디일까. 13일까지의 자료를 보면 단연 SK가 돋보인다. SK는 13일까지 총 14번의 심판합의판정을 요구, 총 10번의 번복을 이끌어냈다. 비율로 치면 71.4%에 이른다. 두산이 똑같이 14번을 신청해 단 2번 성공(14.3%)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 기간 중 다른 어떤 팀도 60%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도 참고 자료다.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오심도 있다. SK의 경우는 비교적 이런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느린 그림상으로 봐도 판정하기가 애매한 장면도 있기 마련이다. 곧바로 신청해야 하는 여건까지 고려하면 SK의 성공률은 놀랍기만 하다. 선수단 전체, 그리고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집중력을 칭찬해 줄 수밖에 없다.
SK의 심판합의판정 요구 절차도 타 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가장 논란이 빈번한 루상에서의 아웃-세이프 판정은 주자와 각 베이스코치가 가장 먼저 판단한다. 확실한 오심이라고 판단되면 곧바로 덕아웃에 사인을 보내는 구조다. 이 감독은 이를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대표적인 감독 중 하나다. 때문에 실패할 때도 있지만, 과감한 요청으로 성공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일어났다.
때로는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적극적으로 나서 합의판정을 요청할 때도 있다. “가장 빨리 뛰어나오는 감독이 이만수 감독”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직감이 있고 그만큼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SK의 합의판정요구는 몇 차례 경기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또 승패에 직결되는 경우도 적잖았다.
지난 8월 14일 잠실 LG전에서는 이만수 감독이 두 차례의 심판합의판정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1-3으로 뒤진 4회 2사 1루에서 나주환의 2루 도루 때 아웃 판정을 뒤집었고 이후 임훈의 몸에 맞는 공도 ‘증명’해 보이며 단번에 역전의 발판을 놨다. 이 두 차례의 심판합의판정은 "이만수 감독의 3타점 적시타"라는 우스갯소리로 회자되고 있다.
가장 최근 성공 사례였던 10월 13일 문학 두산전에서도 1회 조동화의 번트안타를 살려냈다. 이후 박정권이 적시타를 쳤는데 1점이 될 것이 2점이 됐다. SK가 이날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음을 생각하면 역시 비중이 컸다. 4강 진출을 위해 남은 경기에서 최소 2승1패 이상, 사실상 전승을 노려야 하는 SK로서는 이런 심판합의판정의 기회까지 잘 살릴 필요가 있다. 때로는 이런 기를 받은 팀이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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