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성량보다 목소리 질감
달라진 음원 소비 습관 영향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공기반 소리반'도 옛말이 되게 생겼다.

최근 공기를 가득 품은 보컬들이 대세로 떠오르며, 흥행 공식을 새로 쓰고 있다. 말하듯 속삭이는 창법에 공기가 잔뜩 들어가 귓가를 간질이는 여성 보컬들이 이지 리스닝 음악을 내세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성량이나 고음이 아닌, 은근한 호흡과 매력적인 질감이 승부수로 떠올랐다.
선두주자는 씨스타의 소유다. 우렁찬(?) 효린의 보컬과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그는 콜라보레이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썸'과 '틈'으로 상하반기 음원차트를 연이어 점령 중이다.
여성 보컬리스트가 화려한 애드리브나 폭발적인 성량 없이 승부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로 간주되곤 했으나 그는 잔잔한 멜로디를 '맛깔스럽게' 소화해내며 히트곡 릴레이를 펼치고 있고 있다.
특히 '썸' 2탄 격인 '틈'에서 이같은 특성은 더 두드러진다. 그는 발음을 너무 또렷하게 하지 않고, 마치 귀에 속삭이듯 멜로디를 읊조리는데, 이는 달달한 노래의 분위기와 완전히 맞아떨어지며 러브송에 딱 맞는 창법을 구현하고 있다.
애프터스쿨, 오렌지캬라멜의 메인보컬에 이어 솔로 앨범까지 꿰찬 레이나의 행보도 이같은 '공기 보컬'의 인기와 궤를 같이 한다.
레이나는 일반 창법과 공기 창법을 모두 구사하는 게 특장점. 그가 달달한 목소리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한 여름밤의 꿀'은 지난 여름 최고 롱런곡에 등극했다.
이 곡은 벌써 겨울이 가까워진 최근에도 멜론 30위권을 유지하며 '말도 안되는' 롱런을 기록하는 중. 퍼포먼스가 강한 애프터스쿨, 콘셉트가 강한 오렌지캬라멜에서 상대적으로 보컬에 조명을 덜 받았던 레이나는 이 곡으로 잠재력을 충분히 입증해내며 최근 솔로곡 '장난인 거 알아'까지 발표했다.
레이나도 자신의 보컬에 대한 달라진 반응을 체감 중이었다. 최근 만난 그는 "'달달한 목소리'라는 말을 '한여름밤의 꿀'로 처음 들었는데 사실 내 목소리에 대해 자신감도 없었고 내 목소리가 좋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한 여름밤의 꿀'이 목소리가 부각되는 곡인데 어떻게 해야 예쁘게 들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좋게 봐주셔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목소리톤은 그리 애교있는 톤은 아닌데, 약간 좀 여성스럽게 노래하려고 노력했다. 힘을 빼고 공기를 좀 넣어서 노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같은 '공기 보컬'이 뜨는 것은 달라진 음원 소비 행태와도 맞물린다. 음원 사이트의 음원은 노래에 압도되는 형태가 아니라, 일상을 소화하면서 배경음악처럼 소비되기 때문에 폭발적인 가창력보다는 이지 리스닝 계열이 더 선호될 수밖에 없는 것.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선두를 달리는 폭발적인 성량의 스타들이 정작 히트곡 만들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가요계는 이를 두고 카리스마보다는 '색기'가 더 통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휴대폰 이어폰으로 듣는 음원사이트에서는 성량보다 질감이 주는 매력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면서 "음원 강세형 노래들이 자주 기획되는 가운데, 공기를 품은 보컬의 연이은 등장은 필연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ri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