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 3無, 빈집털이-뮤비-방송출연[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0.15 11: 21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올 가을, 약관의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 한국 가요계의 아이콘 서태지를 비롯해 강력한 선배 뮤지션들을 따돌린 채 음원차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두 남매의 나이를 합쳐도 서태지에 못 미치는 악뮤는 어떻게 이런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어리다고 무시했다가는 호되게 당하는 곳이 바로 우리 가요계다.
악뮤는 지난 10일 신곡 '시간과 낙엽'을 발표한 이후 6일째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꿰차고 있다. 15일 오전 7시 기준으로 멜론, 지니, 올레뮤직, 엠넷,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벅스, 소리바다 등 8개 음원사이트 실시간차트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이번 악뮤 돌풍에서 주목할만한 특기 사항은 세 가지다. 첫째, '시간과 낙엽' 신곡 발표는 빈집털이(톱스타들과의 정면 대결을 피해 비수기 음원 발표를 노리는 전략)가 아니었다. 거꾸로 신인들은 피해가야할 격전장에 하룻 강아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고 끼어든 셈이다. 10월 초순 가요계는 아시안게임을 피했던 빅스타들이 우루루 컴백 곡들을 내놓으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혈전을 벌이고 있다. 그 한 가운데 서태지가 '소격동'을 내놓으며 가을 음원대전의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

 
둘째, 소속 가수들의 컴백과 데뷔에 오랜 공을 들이고 마케팅에 집중하는 기존 YG 스타일의 지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악뮤 '시간과 낙엽'은 음원 발표 불과 며칠전에 YG 공식 블로그를 통해 그 실체를 알렸다. 또 블록버스트 급의 뮤직비디오 제작에 선두주자였던 YG가 이번 악뮤 컴백 곡에는 아예 뮤비를 만들지조차 않았다.
셋째, 그럼에도 YG는 소속 가수들의 일반적인 방송출연을 자제하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악뮤는 지상파와 케이블 TV를 통틀어 그 흔한 예능이나 가요 프로 출연을 하지 않고 가요팬들에게 노래만을 들려줬다.
뚜껑이 열리자 악뮤의 새 노래는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그 바람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비결은 바로 노래 자체의 힘으로 승부했기 때문이다.
'시간과 낙엽'은 서정적인 기타 선율과 아름다운 가사, 위로의 말을 속삭이는 듯한 따뜻한 보컬이 어우러져 가을 감성을 자극하는 곡. YG 양현석 대표에 따르면 멤버 이찬혁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당초 지난 데뷔앨범 '플레이(PLAY)'에 수록하려다가 정서에 딱 맞아떨어지는 곡 분위기를 감안, 아껴두고 감췄던 트랙이다.
양 대표는 '시간과 낙엽'처럼 마음으로 듣는 노래에는 뮤비의 지원 사격도 필요없다고 봤다. 지원이 소홀해서 뮤비를 만들지 않은 게 아니라 노래의 힘을 믿고 뮤비 제작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실제로 서정적인 기타 선율과 아름다운 가사, 치유의 손길을 내미는 듯한 악뮤 남매의 아날로그 감성 보컬에 팬들은 열렬히, 아주 뜨겁게 반응했다. 자신들을 과대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실력과 모습으로 등장한 악뮤에게서 팬들은 힐링과 울림을 느낀 것이다.
또 외래어와 외국어가 판치는 세상에서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다 익은 가을내에 허기진 맘을 붙잡고 곤히 잠이 든다', '노란 은행나무에 숨은 나의 옛날 추억을 불러본다', '날 애싸는 단풍에 모든 걸 내어주고 살포시 기대본다' 등 순수 우리말로만 이뤄진 가사는 한 편의 시로 다가왔다.
'시간과 낙엽'을 직접 만든 이찬혁은 OSEN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서태지와 같은 날 신곡을 발표하게 된 것에 대해서 "서태지 선배님은 이미 그 단계가 아닌 것 같다. 대결이나 경쟁이라는 말로 같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레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고 배워야 할 점이 많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동생 이수현 역시 "경쟁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볼 때 송구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한 편으로는 서태지 선배님이기 때문에 편안했다. 음원 성적 같은 부담이 없었으니까"라고 했다.
'시간과 낙엽'의 서정적인 음률만큼이나 악뮤는 겸손했고 벼는 익을수록 고새를 숙인다는 옛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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