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외국인 투수 골든글러버가 나올 수 있을까.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넥센), 평균자책점·탈삼진 2관왕 릭 밴덴헐크(삼성)가 유력한 후보로 경합이 예상된다.
밴헤켄과 밴덴헐크는 지난 14일 시즌 마지막 선발등판에서 나란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밴헤켄은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2007년 다니엘 리오스(22승) 이후 7년 만에 20승 투수가 됐고, 밴덴헐크도 마산 NC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막고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180개로 2개 부문 1위를 지켰다.
두 선수 모두 투수 주요 타이틀에서 2개씩 확보해놓은 상황이다. 20승6패를 거둔 밴헤켄은 다승왕과 함께 승률도 7할6푼9리로 밴덴헐크(.765)를 근소하게 제치고 2개 부문에서 1위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밴덴헐크는 평균자책점(3.18)-탈삼진(180개) 1위로 투수 평가의 척도가 되는 부문 모두 1위를 거머쥐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골든글러브 투수 후보는 밴헤켄과 밴덴헐크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 밴헤켄은 31경기에서 리그 최다 187이닝을 던지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3.51(3위) 탈삼진 178개(2위) 퀄리티 스타트 18경기(1위)로 주요 부문 모두 3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승수도 많지만 꾸준함에서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밴덴헐크도 밴헤켄 못지않다. 4월 중순부터 부상으로 3주를 빠져 25경기에서 152⅔이닝으로 이닝이 조금 모자라지만 팀 내 최다이자 리그 공동 4위에 해당하는 13승(4패)을 올리며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180개로 1위에 오르는 위력을 떨쳤다. 퀄리티 스타트도 16경기로 공동 2위, WHIP(1.11)-피안타율(.222) 등 세부 기록 1위다.
골든글러브는 철저히 개인의 성적으로 평가되지만 두 투수 모두 팀 성적도 훌륭하다. 밴덴헐크의 삼성은 4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까지 매직넘버를 1개만 남겨놓고 있고, 밴헤켄의 넥센은 최소 2위 확보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으며 마지막까지 1위 삼성을 무섭게 쫓고 있다. 확실한 에이스인 두 투수의 활약이 2강 형성에 큰 힘이 됐음은 당연하다.
이제 관심은 외국인 골든글러버 탄생이 가능한지 여부. 역대를 통틀어 황금 장갑을 손에 낀 외국인선수로는 1999년 롯데 펠릭스 호세, 한화 댄 로마이어, 2000년 두산 타이론 우즈, 2002년 삼성 틸슨 브리또, 2004년 현대 클리프 브룸바, 2005년 현대 래리 서튼, 한화 제이 데이비스, 2007년 두산 다니엘 리오스, 2008년 롯데 카림 가르시아, 2009년 KIA 아퀼리노 로페즈 등 10명에 불과했다. 투수는 리오스·로페즈 2명뿐이다. 2012년 브랜든 나이트와 2013년 크리스 세든, 찰리 쉬렉은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토종 투수들에게 골든글러브를 내줘야 했다.
올해는 밴헤켄과 밴덴헐크가 압도적인 투구를 하며 그들에게 명함을 견줄 수 있는 토종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SK 김광현이 27경기 167⅔이닝(6위) 13승9패(공동 4위) 평균자책점 3.33(2위) 탈삼진 139개(5위) 퀄리티 스타트 15경기(9위)로 활약하고 있지만 밴헤켄과 밴덴헐크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직 마지막 등판이 남아있는 그는 7⅔이닝 이상 무실점으로 막으면 평균자책점 1위가 가능하지만 하나의 타이틀로 밴헤켄의 20승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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