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검증된 스토리와 캐릭터가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고, 원작의 인기는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원작 팬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극본 신재원, 연출 한상우)도 마찬가지다. 원작은 일본 작가 니노미야 도모코의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지난 2006년 후지TV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차가운 외면 뒤에 따뜻한 내면을 감춘 남자주인공 치아키(국내판 차유진)는 큰 인기를 누렸다. 트라우마를 지닌 치아키는 순수한 노다메(국내판 심은경)를 만나 점점 동화돼 간다. 원작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은 만큼, 첫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일본판 드라마를 떠올리며 치아키와 차유진을 비교하고 있다.

◇ 까칠까칠, 속내는 따듯해
치아키는 냉정하고 차갑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인 인물이다. 옆집에 사는 '쓰레기 여자'를 외면하지 못한다. 깔끔한 성격 탓에 자신이 직접 노다메의 집을 청소하고, 음식까지 만들어 준다. 노다메의 지독한 머리 냄새에 손수 머리를 감겨주고 말려주는 자상함도 있다. 물론 그것이 이성에 대한 애정이 아닌,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이지만 말이다. 차유진 또한 비슷한 마음 씀씀이를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뛰어난 요리 실력도 매력적이다. 치아키는 노다메를 위해 각종 요리를 만들어 준다. 간단한 생활 요리부터 고급 요리까지 척척 만들어 낸다. 치아키가 노다메에게 만들어준 첫 요리는 밀레리게 아나 판나 콘 이 브로콜리(Millerighe alla panna con i broccoli). 이는 치아키의 '멋짐' 지수를 높이는 동시에 음식에 쉽게 이끌리는 노다메와의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국내 드라마에선 차유진은 설내일에게 볶음밥을 만들어주는데, 캔참치 등 PPL를 위한 장면으로 활용돼 아쉬움을 남긴다.

◇ 만화적인 요소는 달라
일본판 드라마의 특징은 만화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연출이다. 치아키가 노다메를 밀어내는 장면에서, 치아키는 노다메를 닮은 인형을 내팽개쳐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자신을 3인칭으로 지칭하거나 높임말을 고수하는 노다메의 독특한 말투, 유쾌한 효과음도 인상적이다. 치아키는 노다메처럼 주도적으로 망가지기보다 코믹한 반응으로 웃음을 안긴다. 동요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실제론 노다메에 의해 기분이 좌지우지 되는 단순한 면모도 웃음 포인트다.
차유진에겐 상대적으로 코믹한 요소가 적다. 설내일은 차유진을 오라방(오라버니의 제주도 방언)이라 부르며 '~삼' 등 온라인 유행 말투를 구사한다면, 차유진은 예민하고 이성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때문에 배우 주원은 상대역 설내일 역의 심은경과 비교해 다소 차분한 연기를 선보인다. 발성도 기존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설내일을 두고 슈트레제만(백윤식)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 설내일 앞에서만 드러나는 유치한 면모는 그 역시 지니고 있다.
◇ 잘생긴 외모에 큰 키, 누가 봐도 훈남
치아키 혹은 차유진이란 캐릭터는 이를 연기한 배우의 매력과도 맞닿아 있다. 치아키 역의 타마키 히로시는 예술가의 신경질적인 면모를 샤프한 느낌의 얼굴과 마른 몸매, 긴 헤어스타일로 드러냈다. 잘 다려진 셔츠에 정장 바지, 구두 등 서 있는 것만으로도 화보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도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타마키 히로시는 사랑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료하고 지휘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았다.
주원도 차유진이란 캐릭터를 통해 185cm의 큰 키에 잘생긴 외모를 과시한다. 무심한 표정은 까다로운 성미을 표현하고, 중저음 목소리는 적당히 듣기 좋다. 극 초반인 터라 그가 모든 연기를 보여줬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드라마와 코믹이 공존하는 작품 안에서 그의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는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향후 이야기가 무르익으며 함께 성숙해질 주원의 '차유진'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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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 Vol.1'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