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는 "정말 재미있게 만들었다"며 연신 땀을 닦았다.
16일 정오 베일을 벗는 첫 솔로 앨범 '레딘앤그레이(REDINGREY)'를 언론에 소개하는 청음회 자리에서였다. 앨범 공개에 하루 앞서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의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에서 열린 청음회에서 그는 "세상에 빛을 못볼 뻔 했던 음악들인데, 이렇게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청음회는 컴백을 앞둔 가수들이 자주 여는 이벤트지만, 그는 자신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 어쩔줄 몰라하며 진짜 신인가수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추운 날, 땀을 어찌나 흘렸던지 중간에 옷도 갈아입고 나타나 취재진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기도 했다.

최근 힙합은 러브송으로 음원차트를 석권하는가 하면 허세와 성공 과시 트렌드로 젊은 층을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는 중. 개코는 이같은 트렌드를 매우 곰곰이 들여다봤다고 고백하면서도 "그냥 내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음은 긴장감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앨범에 대한 애정을 듬뿍 표한 개코의 음악 설명이다.
- 솔로앨범을 낸 소감은.
"기분 좋고, 세상에 빛을 못볼 수도 있었던 음악이었는데 제작 결정해준 회사에도 감사한다. 서포트를 아끼지 않는 최자에게도 고맙게 생각한다."
- 타이틀곡 '화장 지웠어'는 어떤 곡인가.
"보통 남자들이 술 한잔하고선 맘에 드는 여자분에게 문자보내지 않나. 그런데 '오빠 나 화장 지웠어'라고 답이 오면 안나오겠다는 의미다. 그 키워드가 재미있어서 시작된 노래다. '자니'라는 곡과 같은 맥락일 수 있어서 어떻게 풀까 고민했는데, 스토리를 상상해내고 내 개인적인 경험도 반영하면서 곡을 완성하게 됐다. 밀당 하게 되는 관계에서 호기심이 지나가버렸고, 진도도 나가버렸는데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면서 열기가 식고 그런 사이 있지 않나. 그런데 남자가 조금 술이 들어가서 이 여자만한 사람이 없구나 싶어서 용기내서 사귀자고 해봐야겠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여자는 이미 맘이 떠난 상태인 거다."
- 다른 타이틀곡 '장미꽃'은 어떤 곡인가.
"한 여성에 관한 세레나데다. 보통은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세레나데를 생각할텐데 난 어둡고 무거운 느낌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여성분, 와이프를 생각하면서 만든 거다. 그분이 가진 느낌이라던지 에너지를 옆에서 관찰하면서 한 곡 꼭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완성됐다. 내가 왜 그분이라며 높이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암튼 그렇다.(웃음) 1년반 정도 전에 완성된 노래인데 시기를 잘 정하지 못해서 묵혀놓고 수정만 하고 그랬다."
- 왜 이 두곡을 택했나.
"더블 타이틀은 계절감을 생각해서, 가을과 어울리는 곡이어서 이 두 곡을 선정하게 됐다."
- '화장 지웠어'에 예은이 피처링한 게 인상적이다.
"얼마전에 예은씨 앨범이 나왔는데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원더걸스의 멤버로서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면서 새 음악을 하는 게 너무 멋있어서 꼭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진영이 형한테 연락드렸는데 카톡 숫자 1이 계속 안지워지기에 전화 드렸는데 안받으시더라. 그래서 직접 예은씨에게 연락드렸다. 그런데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같이 하게됐다. 나중에 진영이형과는 연락이 닿았다. 되게 기분 좋게 작업했다. 더 자세히 말해야 하는 건가. 예은씨 번호는 빈지노의 친구로부터 알게 됐다.(웃음)"
- 다른 수록곡들을 소개하자면. (그는 이 자리에서 '은색 소나타'와 '동방예의지국'을 들려줬다)
"'동방예의지국'은 클럽에서 봐왔던 장면을 노래로 표현한 거다. 결혼 전엔 클럽을 많이 다니긴 했었다.(웃음) 이 곡으로는 그런 환경에서 꼭 공연을 해보고 싶다. '은색 소나타'는 가족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보고 싶어서 만들었다. 은색 소나타가 중산층 가족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자동차라고 해서 선택했다. 아버지들이 그랬던 거 같다. 개발 해야되고 하는 시대여서 거기에 오는 스트레스를 가정에서 분출하기도 하고. 거기서 오는 아버님들이 느꼈던 외로움, 가족과의 단절을 아버지 입장에서 그려보고 싶었다. 또 2절에선 어머니 입장에서 자기 존재에 대한 것들. 뒷바라지 하느라 자기 존재를 잃어버린 거기서 오는 소외 같은 거를 그렸다. 아들의 입장에선 너무 경쟁에 지쳐있는, 우리 세대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 왜 솔로로 나선 것인가. 다이나믹 듀오와는 뭐가 다른가.
"다이나믹 듀오는 모든 음악이 둘에서 시작을 한다. 음악적인 분위기 부터 편곡의 방향,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내 짝궁 최자와 같이 얘기 하면서 시작한다. 둘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둘이 만들 수 있는 음악에 집중한다. 그래서 누가 주도해서라기보다는 둘의 호흡을 가장 중시해서 만든 게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이다. 개코는 정말 내 개인적인, 내 안으로 파고들면서 내 이야기를 표현해낼까 더 집중하는 결과물이다."
- 디지털 싱글도 많은데, 2CD 제작은 왜 했나.
"사실 앨범으로 기획될 예정은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음악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다. 기분 날때 한곡씩 던지자는 기획으로 시작했는데 시기 조율하다보니까 노래가 많이 쌓이게 됐다. 그러다 다이나믹 듀오 7집이 있었고 이후 시끄러운 일들도 있고 해서 타이밍을 높였다.(웃음) 그래서 앨범으로 기획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많은 동료들이 참여했다.
"회사 식구들, 최자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하시더라. 솔로 앨범인데 최자가 참여하면 다듀 아니냐 하는데 나는 최자가 너무 좋다. 그래서 얘 목소리가 필요하다 싶으면 부탁을 했다. 또 에일리가 랩도 한다. 랩을 잘할 거 같다고 가이드 보내줬더니, 또 해보겠다고 쿨하게 해줬다. 역시 랩도 잘하더라. 예전에 나얼이형이랑 작업할때랑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저 형은 재능이 어느 경지에 있구나 하는 걸 느꼈는데, 에일리한테도 음악에 대한 이해도, 리듬 타는 것 등에서 많이 놀랐다. 도끼는 13살때부터 봤는데, 이번에 녹음하러 왔는데 좋은 차를 타고 왔더라. 나가서 구경도 하고 했다. 오늘 랩이 굉장히 잘나온다고 얘기했다. 작업실에서 했는데 옆에 더 콰이엇은 누워있고, 그렇게 재미있게 했다."

- 이후 활동 계획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자이언티와 함께 출연했고, 특별한 방송활동은 그외엔 없을 거 같다."
- 요즘 한국 힙합 트렌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허세 문화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르는데.
"허세? 트렌드일 수 있다. 도끼 같은 친구나 그외 실력있는 친구도 많은데 그게 사회를 보여주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스펙이 좋고 해도 취업하기 힘들고 돈 벌기 힘든데 도끼 같은 친구들이 젊은 세대의 롤모델이 되지 않나.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 친구들은 자수성가의 아이콘인 거 같다. 그 거에 대해서 감명 깊게 보고 있는 거 같다. 그런데 흐름이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런 얘기 하기는 어려운 거 같다. 내가 가장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보니까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다루고 싶었다. 사운드나 그런 건 트렌드가 확실히 있는데, 그런 걸 적용하면서 내 얘길 하고 싶었다. 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게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 영향력이 큰 래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음악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그냥 재미있게 하자가 모토였다. 아메바컬쳐가 가진 색깔은 그런 거 같다. 힙합 자체가 레이블들이 각자 아이덴티티를 갖고 잘 하고 있지 않나.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고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메바컬쳐는 최대한 좋은 음악을 만들되 대중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자는 고민을 많이 한다. 직원들도 많고, 대중적으로 성공해야 회사가 운영이 되니까 그런 고민도 많이 한다. 그런데 선을 넘지 않고, 우리가 재밌게 만든 음악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좀 알게 모르게 많이 한다. 그래도 그냥 재미있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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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컬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