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위 관계자가 2020년까지 정부가 제시한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국내 시장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해 업계와 정부 사이에 또 한번의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일 르네상스 서울 호텔(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서 열린 ‘2014 KSAE 리더스 포럼’에서 특별 강연을 가진 김해진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은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 기준인 97g/km은 디젤 차량 점유율이 23%인 국내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110g/km가 적절한 기준이라고 보고 있다. 보통 하이브리드 차량의 탄소 배출량이 100g/km 수준인데,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 기준 97g/km은 가솔린 차량 비율이 월등히 높은 국내 자동차 시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에 비해 연비를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낮추는 데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

김해진 사장은 "유럽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54%가 디젤 차량이지만 국내는 23%에 불과하다"며 "유럽은 소형차를 중심으로 수동기어 차량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반면 국내는 오토가 90%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실제 ‘골프 1.6 TDI’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1g/km이며 ‘뉴 투싼ix’ 2.0 디젤 2WD는 136.0~143.0g/km, ‘쏘나타 2.0 하이브리드’가 100.0g/km이다.
이날의 ‘2014 자동차 산업 주요 이슈와 미래 기술 방향’ 특별 강연에서 확인 된 바이지만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과제이자 화두는 역시 ‘연비 절감’이었다.
이탄화탄소 규제라는 글로벌 규범에 따른 것인데, 특히 유럽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 유럽연합이 2020년까지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제시한 배기가스 평균 배출량은 95g/km 이하.
현재 유럽에서는 평균 차량 탄소 배출량이 130g/km에서 1g이라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약 600억 원의 벌금을 물어야하며 2020년에는 95g/km에서 1g이라도 초과 시 1400억 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 정부도 전세계 환경규제 추세를 따라 2020년까지 배기가스 평균 배출량을 97g/km 이하로 충족시키거나 연비를 24.3㎞/ℓ로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현행 온실가스 기준은 탄소 배출량은 140g/km이며 연비 기준은 17km/ℓ이다.
업계과 환경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9월에도 이미 한 차례의 신경전을 벌인 전력이 있는데, 당시 '제30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의 시행을 연기하는 대신 2020년까지 평균 배기가스 배출량과 연비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와 관계부처가 여전히 의견 차이를 보여 또 한 번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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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진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 한국자동차공학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