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핫스팟] 서태지, 일렉에 트로트라니! '크리스말로윈'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10.16 00: 12

매운 라면에 처음 치즈를 넣었을 때 느낌이 이렇지 않았을까.
16일 0시 공개된 서태지의 9집 '콰이어트나이트'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은 실험적으로는 역대급이면서, 또 입에 착 감기는 산뜻함이 있었다. 분명 어려운데 쉬운, 이상한 노래의 탄생이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강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트로트 특유의 '뽕짝' 느낌을 차용한 전주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 신나는 리듬에 최근 가장 유행하는 일레트로닉 사운드와 덥스텝 비트를 입히고, 밴드의 리얼사운드를 버무리니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음악이 탄생했다.

이 곡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 비틀기라 할 수 있는데, 일레트로닉을 꼬아서 트로트를 연상케 하는 '뽕끼'로 선회시키고, 산타를 꼬아서 악역을 시키는 등 반전이 재밌다. '근엄한' 문화 대통령으로 이미지가 변해오긴 했지만, 사실 그가 장난기 많은 뮤지션이었다는 점도 새삼 확인된다.
서태지는 얄밉도록 귀여운 톤을 유지하는 이 노래 속에 특유의 까칠한 가사도 녹여냈다.
산타의 달콤한 약속을 조롱하고, 선물과 공포를 함께 주는 '정책'을 비꼬고, 애초부터 네 몫이 아니었다며 귀엽게 노래하는 서태지의 목소리는 그가 현실 세계에 얼마나 예민한 감수성을 가졌던 가수였는지도 충분히 환기시킨다.
뮤직비디오는 무거운 메시지를 가볍게 전달하는 이 곡의 매력을 십분 살려냈다. 해골이 가득한 곳에서 고스룩을 입고 등장한 그는 의외로 밝은 표정으로 반전을 선사한다. 이 곡 특유의 기괴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건 팔할이 건반맨의 몫이다.
물론, 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기괴한건 도통 '늙지 않는' 서태지의 모습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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