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같은 남자의 감독 첫 승은 정말 멀고도 험했다.
서울 삼성은 15일 오후 7시 안양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4-2015시즌 KCC 프로농구 1라운드에서 홈팀 안양 KGC인삼공사를 연장 접전 끝에 92-90으로 잡고 시즌 첫 승(2패)을 신고했다. 개막 후 오리온스와 SK에 연패를 당한 이상민 감독은 프로감독으로서 애타게 기다리던 첫 승을 기록했다.
2연패로 첫 승이 없는 절박한 두 팀이 만났다. 특히 두 팀의 수장은 모두 초짜였다. 이상민 감독은 현역시절 한국농구가 낳은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연세대시절부터 오빠부대를 몰고 다닌 이 감독은 국가대표 부동의 가드로 뛰었다. 프로농구에서도 3차례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전 이상민 감독은 “내가 연세대 4학년 일때 이동남 감독이 1학년이었다. 홍대부고 선후배다. 선수시절에도 서로 대결해본 적이 없다. 언론에서 1승을 너무 부각한다. 저쪽보다 내가 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동남 대행의 현역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대행은 프로농구에서 활약한 기록이 없다. 대신 이 대행은 1999년부터 KGC의 전신 SBS시절부터 매니저와 사무국 직원, 코치를 두루 거치며 구단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동남 대행은 “상민이 형 때문에 많이 오셨다”면서 취재진을 맞았다. 그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상민 감독이 중고대학 시절 모두 직속 선배였다. 우리 홈이니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배니까 지고 들어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은 강했다. 이동준과 리오 라이온스는 오세근 없는 골밑을 유린했다. 리온 윌리엄스는 느렸고, C.J. 레슬리는 힘이 달렸다. 삼성은 스피드에서도 KGC를 압도하며 속공을 쏟아냈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이미 삼성은 19점을 달아났다.
김명훈의 3점슛, 이시준의 속공, 키스 클랜턴의 골밑장악 등 이상민 감독이 의도한 삼성의 작전이 착착 맞아 들어갔다. 삼성은 손쉽게 승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첫 승은 결코 쉽지 않았다. KGC는 막판 CJ 레슬리와 양희종의 대활약으로 83-83 동점을 만들었다. 김준일의 마지막 슛이 레슬리에게 막히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진땀을 뺀 이상민 감독은 연장전에서 KGC의 맹추격을 겨우 따돌리고 소중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이상민 감독은 프로감독으로서 처음 짜릿한 승리의 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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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