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는 크리스 옥스프링(37)이었다. 롯데 1군 투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옥스프링이지만 올해 평균자책점(4.12), 이닝소화(179⅓이닝), 탈삼진(127개), 퀄리티스타트(16회) 모두 팀 내 1위였다.
다만 운이 따르지 않은 한 해였다. 옥스프링의 15일 현재 성적은 9승 8패. 진작 10승을 넘겼어야 할 성적이지만 유독 타선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옥스프링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는 법 없이 꿋꿋하게 자기 자리를 지켰다. 내년이면 이제 한국나이로 서른 아홉이지만 워낙 자기관리가 완벽한 선수라 다시 한국 프로야구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옥스프링에게 이제 남은 목표가 있다면 10승 달성이다. 롯데는 정규시즌 최종전으로 17일 사직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있다. 옥스프링은 친정 팀을 상대로 10승 달성에 마지막으로 도전한다. 15일 사직구장에서 옥스프링을 만나 올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올해 팀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무래도 나 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 힘겨운 시즌이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은 있는데 운도 많이 따르지 않았고 이겨야 할 경기를 놓쳤다. 한 마디로 기복이 심한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 유독 승운이 안 따랐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는가.
야구를 하다보면 누군가는 타선지원을 받는 선수가 꼭 있다. 그게 올해는 나였다. 그래도 따지고보면 팀이 6~7점을 내줬는데 내가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경기도 적지 않았다. 그런 걸 생각하면 결국 제로섬이다.
- 시즌 초반 많은 피홈런으로 고생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 잘못이다. 시즌 초반에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같다. 타자들에 대한 전력분석과 공부도 모자랐다. 긴 시즌을 생각하며 힘을 아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모든 공에 최고의 힘으로 던졌어야 했다. 이 모든 게 변명이다.
- 올해 가장 만족스러운 기록이 있다면.
작년과 비슷하게 180이닝 가량 던진 게 가장 자랑스럽다. 꾸준하게 내 역할을 다 한 것 같다. 부상없이 많은 이닝을 던져 팀에 도움을 줘서 다행이다. 평균자책점, 다승 모두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인데 이닝은 오로지 내 힘이다.
- 마침 시즌 최종전(17일 LG전)이 10승 도전경기다. 전 소속팀을 만나게 됐다.
내 10승 보다는 우리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더 좋았을텐데 아쉽다. 이제 내 마지막 남은 목표가 있다면 10승이다. 내게는 10승이 큰 의미가 있다. LG를 포함해 다른 팀이 4강에 가고 못가고는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 아들(캘런 옥스프링)이 지난 8월 시구를 했는데 공을 잘 던지더라. 야구 선수로 키울 생각이 있는가.
당연하다.(몇 번이나 Sure라고 강조했다.) 원한다면 야구를 시키겠다. 그렇지만 내가 그를 가르치지는 않겠다. 사실 어떻게 가르칠지 모른다. 프로선수로서 마음가짐이야 말해줄 수 있지만 어린아이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지도는 잘 모른다. 다만 같이 야구를 하며 놀아줄 뿐이다. 캐치볼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버지로 '이걸 해라'라고 하고싶지는 않다. 야구를 단지 즐겼으면 좋겠다.
- 보이는 곳에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이유가 있는가.
처음 야구를 배울 때부터 그래야 한다고 들었다. 남이 보는 곳에서는 내 감정을 절대 표현하면 안 된다. 그게 바로 상대로 하여금 '우리가 이겼다'라고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최대한 자제한다. 대신 안에 들어가서 화를 내는 일은 있다. 다시 밖에 나오면 감정을 컨트롤해야 한다.
- 안 보이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가.
나도 남들과 똑같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쓰레기통을 발로 찬다. 방망이를 부러뜨릴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안 보이는 곳에서 해야 한다. (웃음) (통역을 맡은 이정홍 책임은 "옥스프링이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제로 화를 내봐야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정도다. 대신 그라운드를 말없이 뛰면서 화를 가라앉히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 몇 살까지 야구를 계속할 계획인가.
나도 몇 년이라고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다. 프로 레벨에서 내 힘과 능력이 닿는대로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 만약 내가 '타자들을 이길 수 없다'라고 생각이 들면 그만둘 때라고 본다. 당장 내년은 타자들을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 솔직히 말한다면 2~3년 더 할것이다.
- 마지막은 한국에서 보내고 싶은가.
당연히 한국이 내 야구선수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좋은 기억도 많고, 좋은 일들도 많았다. 난 이 곳(부산)을 사랑한다. 팬들과 야구장 모두 환상적이다. 특히 야구장 나오는 게 매일 즐거웠다.
- 내년에도 너클볼을 더 던질 생각인가.
나도 준비할 게 많다. 일단 너클볼 던지는 준비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만약 필요하다면 늘릴 의향은 얼마든지 있다.
- 힘이 떨어졌을 때 선수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너클볼 전문투수가 될 생각이 있는가. (근력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너클볼 전문투수는 선수생활이 긴 편이다. 통산 318승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너클볼러 필 니크로는 만 48세까지, 통산 200승을 거둔 팀 웨이크필드는 만 44세까지 현역선수 생활을 했다.)
팀이 만약 그런 스타일을 원해서 돈을 지불한다면 왜 바꾸지 않겠나.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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