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한화는 도루도 70개로 9개팀 중 8위에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정근우(32)가 없었더라면 더 적었을 것이다. 정근우는 팀 내 최다 33개의 팀 도루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성공률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33도루로 이 부문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정근우는 도루 실패가 3개에 불과하다. 도루성공률 91.4%로 10도루 이상 성공한 선수 중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까지 정근우의 9시즌 통산 도루성공률은 72.9%로 100도루 이상 한 선수 중 26위였다. 떨어지는 성공률은 아니었지만 최상위도 아니었다.
올해 이처럼 도루성공률이 눈에 띄게 상승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정근우는 경기 흐름에 맞춰 상대 투수 퀵모션이나 볼 배합을 보고 뛸 때 과감하게 뛰고 있다. 이종범 주루코치님과 도루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도루 스타트와 견제가 들어올 타이밍에 대해 조언을 받은 덕분에 좋아졌다"고 말했다.

4차례 도루왕 포함 통산 510도루를 기록하며 정근우 이전 유일한 300도루 내야수였던 이종범 코치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종범 코치는 "근우는 일단 스타트가 빠르고, 투수들의 모션을 잘 빼앗는다. 발 빠르다고 무조건 뛰는 게 아니다. 근우는 이미 출루할 때부터 머릿속으로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코치는 "근우는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 투수들의 습성을 잘 알고, 스타트와 슬라이딩이 좋다. 좌투수와 눈이 마주쳐도 과감하게 뛴다. 그러면 투수와 포수 모두 마음이 급해져 도루 성공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근우는 뛰어야 할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잘 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하나의 키포인트는 '뛰지 말라'는 사인이다. 이 코치는 "그린라이트는 있어도 가끔 뛰지 말라는 사인을 준다. 가끔 제어를 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3루 베이스코치를 맡고 있는 이 코치가 1루에 있는 정근우에게 도루 시도를 안 해야 할 상황에 사인을 주며 실패 확률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렸다.
정근우의 도루는 그가 내야수라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통산 300도루 이상 선수 중 내야수는 이 코치에 이어 정근우가 두 번째. 현역 시절 내외야 모두 경험한 이 코치는 "경기에 집중하거나 감각 유지에는 내야가 좋지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계속 구부리고 있어야 해 나중에 허리도 아프다. 그래서 근우의 도루는 더욱 대단한 것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FA 이적 첫 해 125경기 타율 2할9푼5리 137안타 6홈런 44타점 91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정근우는 "한화 선수단·직원 분들이 모두 편하게 해줘 FA 부담이라고 느낄 것도 없었다. 팀 성적이 나지 않아 아쉽지만 더 떨어질 데도 없다. 내년에는 3할 타율도 치고, 팀 성적도 나아지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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