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카펫'이 끈적끈적한 에로를 상큼한 로맨틱으로 풀어내며 '그저 그런 야한 영화'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게 됐다.
16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레드카펫'은 에로영화 현장에서 벌어진 이야기 속에서 에로영화의 그 끈적끈적함 대신 상큼한 로맨스는 물론, 꿈에 대한 이야기까지 동시에 녹여내며 '볼 만한 영화'로 첫 인상을 각인시켰다.
'레드카펫'은 10년 동안 에로영화만 찍는 에로영화의 거장 박정우(윤계상 분) 감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19금계의 돌직구 조감독 진환(오정세 분),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19금 CG계의 감성변태 준수(조달환 분), 입사하자마자 감춰왔던 음란마귀의 본색을 드러낸 엘리트 출신 막내 대윤(황찬성 분)과 함께 19금계의 흥행 불패 신화를 쓰고 있는 영화사 꼴은 얼떨결에 자타공인 흥행여신 정은수(고준희 분)를 전격 캐스팅하게 된다.

19금계의 어벤져스 군단은 은수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경력 10년 차 베테랑으로 여자에 대해서라면 더 이상 궁금할 것도 없었던 정우의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한 은수 덕분에 시작부터 이들 사이엔 므흣야릇(?)한 썸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레드카펫'은 첫 공개 직전까지 영화에 대해 '19금 에로영화에 캐스팅 된 톱 여배우'라는 구미를 당기게 하는 문구로 홍보를 했다. 에로영화와 톱 여배우라는 설정은 자극적이지만 '레드카펫'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이미 대중은 그저 그런 '야한 영화'를 수차례 봐왔던 터라 '에로'라는 단어가 '레드카펫'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베일을 벗은 '레드카펫'은 에로를 가장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에로 영화 감독과 에로 영화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살색 보다는 에로 감독 정우와 톱 여배우 은수의 므흣한 로맨스를 다루는 것이 더 비중있다.
덕분에 줄곧 스크린에 등장하는 정체모를 '끈적끈적 에로영화'가 아닌, 상큼발랄한 로맨스로 탄생됐고 에로 영화 감독이라는 설정은 그저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요소로만 작용한다.
덩달아 박범수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녹여낸 만큼 에로 영화 감독으로 살아가며 받는 편견들도 영화에 등장하며 무언가에 대한 편견,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도 끊임없이 건드려주며 메시지까지 전하는 역할을 한다.
에로가 로맨틱이 되는 순간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레드카펫'의 극장 티켓을 한번 예매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한편 에로 현장에 몸을 담았던 경험이 있고 이후 '쟤 믿는 영화', '소원을 말해봐' 등을 연출했던 박범수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레드카펫'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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