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로 시작해 연애로 끝난 KBS 2TV ‘연애의 발견’은 신기한 드라마였다. 극은 태하(문정혁 분)와 여름(정유미 분), 하진(성준 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보는 사람들은 모두 “이거, 내 얘기다”라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심심치 않게 ‘누가 더 나쁘냐’, ‘누가 잘못했냐’며 설전을 벌였다. 이 같은 뜨거운 화제성과는 반대로 시청률은 한자리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괴리를 보이기도 했다. 극중 강태하 역으로 열연한 주인공 문정혁(에릭, 35)은 극에 쏟아지는 다양한 반응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전하며 ‘연애의 발견’을 정리했다.
“들어가기 전부터 시청률이 대박날 작품 같지는 않았다. 잘 됐을 때는 ‘그들이 사는 세상’처럼 회자될 수 있겠다 싶었다. 회자되지 않아도 본 사람들이 공감할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생각 이상으로 잘 됐다. 시청률과 화제성 둘 중 하나만 고른다면 지금의 화제성 높은 상황이 좋다. 방송국에 고용된 입장에서 시청률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방송국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온 것 같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태하냐, 하진이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던 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문정혁은 “여름이가 누구와 잘 됐어도, 모든 시청자가 박수치면서 응원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행복하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온전히 작가님과 감독님께 맡기고 따라 갔다. 상황에 맞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됐다”며 “지지자는 하진이가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시작 전 단계에서도 나도 그렇고 감독도 그렇고 ‘이거는 누가 봐도 태하가 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태하에게 멋진 대사와 장치들이 많이 몰렸다. 구남친의 핸디캡을 감춰서 현남친과 비등하게 붙어야 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5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 여름 앞에 등장한 태하는 하진과 결혼을 앞둔 여름을 마구 흔들어 결국 다시 사랑을 쟁취했다’. 이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극의 스토리는 인물의 감정선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세심하게 엮여 들어가고, 배우들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를 바탕으로 탄탄한 만듦새를 자랑해 호평을 얻었다. 모두가 내 얘기라고 공감했던 마성의 드라마. 문정혁 역시 극 안에 완벽하게 몰입했었다고 전했다.
“누가 똥차냐고? 셋 다 똥차다. 그리고 셋 다 똥차여야 한다. 한사람만 착하면 우리드라마의 취지에서 벗어난다. 시청자들이 태하와 여름, 하진의 욕을 각각 했지만, 그게 사실 자신의 모습이라서 더 재밌었다고 생각한다. 대사들이 공감이 많이 돼서 나 또한 예전 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어떤 상황에서는 내가 강태하였던 적이 있고 또 하진이었던 적도 있다. ‘그래 이게 나였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때 몰랐던, 상대방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생각하게 됐다.”

또 문정혁은 강태하가 5년 만에 만난 여름을 다시 사랑하는 설정에 대해 “태하가 처음부터 바로 여름을 좋아했던 것 같지 않다. 하진이와 여름 사이에 참견하고 싶고, 끼어들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진이가 여름에게는 좋은 남자여도, 태하가 볼 때는 맞선이나 보고 양다리나 걸치는 나쁜 남자다. 5년 동안 만난 여자니까.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하려는 거다. 처음에는 참견과 질투로 시작했다가 점점 사랑이 시작됐다고 본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특히 문정혁은 이번 드라마에서 여름과 하진의 사이를 훼방하는 찌질한 모습부터, 진지한 눈으로 사랑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까지 다양한 표정으로 시선을 끌었다. 한층 깊어진 문정혁의 감정 표현은 극의 주인공답게 시청자의 몰입도를 크게 높였다.
“사실 내 연기가 늘은 게 아닌데, 연기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 좋은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주위에서 ‘잘한다’고 하니까 나도 못하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는 미흡한 모습이 많이 나갔다면 이번에는 못하는 걸 덜 보이게 커버를 많이 해준 것 같다. 나에게 캐릭터를 줄때, 그간 내가 했던 걸 보고 주는 거지, 내 가능성을 보고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불새’, ‘신입사원’에서 했던 모습들이 캐릭터에 어느 정도 녹아있다. 이번에도 ‘불새’ 느낌의 ‘그 하늘, 무너질거야’도 있었고, 가볍고 찌질하게 ‘자니’라고 문자 보내는 모습도 있었다. 이전에 내가 스스로 캐릭터에 갇혀 있었다면, 이번에는 사람 같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모습을 꺼내서 작업했다. 편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되게 재밌게 봤던 대본이었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었다. 다른 작품보다 열심히 표현하고 싶었다. 대본 안에서 최대한 애드리브나 추가 대사 없이 소화했다.”
또한 문정혁은 이번 작품에 그룹 신화의 활동도 미루고 참여한 이유로 ‘정유미’를 꼽았던 만큼, 정유미와의 호흡에 대해 털어놨다.
“즐거운 작업이었다. 많은 배우와 함께 있지만 유미와 있을 때 장난을 가장 많이 친다. 아무래도 상대 배우가 편안하고, 리액션을 잘 받아준다는 거는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 일이다. 유미가 많은 도움을 줬다. 경력이 나보다 더 많은 친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계산하지 않고, 상대방을 반사해주는 거울 같은 느낌이다. 내가 감정신을 연기하면, 유미는 카메라가 없어도 눈물을 흘려준다. 몰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전작 ‘케세라세라’때는 신생아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애기 같은 느낌이다. 하하. 연기적으로 경력을 따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순수함의 이야기다.”
“이제 며칠만 더 쉬고 바로 신화 앨범 준비에 들어간다. 신화 활동은 내년 초반부터 시작한다. ‘연애의 발견2’? 만들어진다면 신화 스케줄을 조절해서 꼭 출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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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