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살 두산의 선수기용, 과연 최선이었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0.16 21: 50

어떤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오해를 사기 쉬운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두산 베어스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앞서다 5-7로 역전패했다. 이날 두산이 패하며 SK는 기사회생했지만, 그보다 5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두산 송일수 감독의 선수기용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초반은 두산의 페이스였다. 두산은 고영민-김진형으로 구성된 테이블세터가 큰 힘을 발했다. 초반부터 상대 선발 김광현을 공략해 나가며 4회말까지 5득점했다. 선발인 좌완 이현승이 5회초 첫 실점을 했지만 두산은 5-1로 앞선 채 클리닝타임을 맞이했다.

시즌 3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이현승은 자기 몫을 다 해냈다. 79개의 공으로 5이닝을 책임진 이현승은 6피안타 1실점으로 SK 타선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올해 자신의 첫 선발승을 위한 요건을 여유있게 갖춘 채 6회초 임태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러나 주전 선수들을 대거 뺀 것이 동점 허용의 발단이었다.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민병헌과 오재원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나, 중심타선에 포진한 선수들을 너무 일찍 뺐다. 김현수는 5-1로 앞서던 5회말 중전안타를 친 뒤 대주자 이성곤과 교체됐고, 후속타자 홍성흔도 대타 김재환에게 타석을 넘겼다. 경우에 따라 타석이 2번 정도 돌아올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러면서 두산 클린업은 이성곤-김재환-오장훈으로 변했다. 한 팀의 클린업이라 하기에는 구색이 갖춰지지 않은 구성이었다. 물론 호르헤 칸투, 오재일 등 1루수 요원들이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그라운드에 남아 뛸 수 있는 선수들까지 너무 조기에 뺀 것이 아닌가 싶은 결정이었다.
그래도 이들이 빠질 때만 해도 5-1로 앞서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투수들이 잘 막아주기만 하면 문제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구멍이 생긴 것이 문제가 됐다. 이현승에 이어 등판한 임태훈과 정대현이 무너졌고, 경기는 다시 박빙 흐름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4회초에만 4실점했다. 타선이 벌어놓은 점수를 불펜이 다 빼앗기는 동안 두산 벤치에서는 승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정대현이 흔들릴 때 두산 불펜에서 몸을 풀던 선수는 올해 투수진에서 성적이 가장 좋지 않은 노경은이었다. 이날 경기에 임하는 송일수 감독의 마음가짐을 알기 힘든 선수 기용이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기에 젊은 선수들의 경험을 위해 다양하게 선수들을 활용하며 남은 시즌을 보낼 수는 있다. 전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4위 경쟁 중인 LG나 SK와의 경기에서 이런 선수기용을 하면 지켜보는 시각에 따라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는 있었겠지만, 그래도 두산 벤치가 좀 더 신중했어야만 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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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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